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석유'…'제공'한 사람이 주인인가, '가공'한 기업의 소유인가

입력 2020-06-26 16:56   수정 2020-06-27 01:54

“월레스 회장님은 데이터를 거의 집착 수준으로 보관하고 계시죠. 자,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기적의 아이’를 찾기 위해 데이터 보관소를 방문한 K에게 월레스의 비서 러브(실비아 획스 분)가 다가와 묻는다. 월레스사(社)는 모든 리플리컨트의 기억 데이터를 철저히 관리한다. 신제품 개발은 물론 서비스 개선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영화 내내 이어지는 K의 추적 과정에서도 데이터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데이터가 미래의 자본이 될 것이란 예측이 영화 속에서 현실화한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을 이끈 자원은 석유와 석탄, 전기였다. 4차 산업혁명에선 데이터가 그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높다. 지식정보산업과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데이터에서 나올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전통적 생산요소인 토지, 자본, 노동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주요 기업은 이미 데이터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페이스북이 와츠앱을 220억달러(약 25조5000억원)에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도 제기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데이터는 기업이 구축한 플랫폼에서 사용자들이 활동하면서 생산된다. 기업들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사용자들에게 따로 보상은 안 한다. 공개적인 데이터 거래시장이 형성돼야 한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양질의 데이터를 생산한 사람에게 많은 대가를 지급해 데이터 공급을 늘리고, 이 과정을 통해 데이터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시티즌미’ ‘데이터쿱’처럼 사용자가 생산한 데이터에 보상을 하는 앱도 대거 등장했다.

반면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기업의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만큼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데이터를 대가 없이 제공하는 데 사실상 합의한 것이란 관점도 있다. 일부 인사는 기업에 데이터세(稅) 같은 방식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기업가 앤드루 양이 대표적이다. 그는 구글·아마존·페이스북 같은 기업으로부터 데이터세를 걷자고 했다. 개별 데이터보다는 데이터의 총합에서 큰 가치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용자 개인이 시장 거래를 통해 보상을 받기란 어렵다. 따라서 정부가 과세한 뒤 기본소득 형태로 재분배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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