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만난 이동걸 "아시아나 인수 확실하다면 조건 완화"

입력 2020-06-26 19:21   수정 2020-06-27 00:50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1 대 1로 만났다. 정 회장은 이 회장의 회담 제의를 거절해오다 독대에 응했다. 한 시간가량 이어진 만남에서 이 회장과 정 회장은 HDC현산이 인수합병(M&A) 절차를 밟고 있는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한 얘기를 나눴다. 이 회장은 HDC현산이 인수를 확실히 결정해준다면 매각 조건을 완화해 줄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비슷한 취지의 의견을 밝혀왔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인수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긴 침묵 깬 HDC현산

이날 만남은 애초 약정했던 1차 딜클로징(인수 완료) 마감(6월 27일)을 이틀 앞두고 성사됐다. 지난 4월 이후 HDC현산이 산은과의 대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서 아시아나 M&A에서 발을 빼려는 수순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HDC현산은 이달 9일 입장문에서 “인수 조건을 원점에서 재협의하자”고 요구했다. 이후 산은은 ‘인수조건 재조정’ 가능성을 열어놓고 HDC현산에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다. 정 회장이 두 달여간의 침묵을 깨고 만남에 응하면서 M&A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HDC현산이 계약 파기를 선언하지 않은 이상 채권단은 딜클로징 기한을 연장할 예정이다. 인수 절차상 해외 기업결합 승인 심사 등에 따라 최장 연장 시한은 12월 27일로 돼 있다. HDC현산은 “아직 러시아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통보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산은은 “두 회장의 만남에서 구체적인 조건까지 오가진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오랫동안 끊긴 협의가 재개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산은이 원하는 수준의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시한을 못 박지도 않았다. 인수 완료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는 전언이다.

딜 무산 가능성은

HDC현산은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금을 대폭 깎자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도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시장 상황이 바뀌면 협의해야 할 것이 있을 테고 얘기하면 풀어나갈 수 있다”며 “상호신뢰가 있으면 안전하게 딜을 끝까지 끌고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HDC현산 내부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접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항공사 인수는 무리라는 주장이다. HDC현산의 주력 사업인 주택부문도 부진하다. 올해 상반기 계획했던 분양 물량(9347가구) 중 1580가구(16%)만 분양됐다. 2월 분양한 아파트 133가구도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금융권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HDC현산의 신용등급(A+)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HDC현산이 인수를 포기하면 인수 무산의 책임은 고스란히 HDC현산에 돌아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HDC현산은 계약금 형식의 이행보증금인 2500억원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선 채권단이 더 적극적인 모양새다. 정 회장의 침묵은 재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시각이 많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벼랑 끝 전술’ 같다”며 “코로나19를 명분으로 포기설을 흘리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아시아나항공은 협상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속을 끓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에서 1조7000억원가량을 지원받은 아시아나항공이 벌써 1조원을 소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기에 차입금과 고정비 부담으로 추가 지원 없이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계열사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여객은 1만835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27만4937명)의 4%에 불과했다.

김재후/신연수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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