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떠나고 애플은 등지고…흔들리는 거함 '인텔'[오춘호의 글로벌뷰]

입력 2020-06-29 11:33   수정 2020-06-29 13:47


미 반도체 기업 인텔(Intel)이 뒤숭숭하다. 지난 달 CPU(중앙처리장치) 칩 설계의 핵심 리더인 짐 켈러가 그만두더니만 이달 말엔 애플이 맥PC에 인텔 칩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전 직원이 인텔의 기술을 혹평한 유튜브도 떠돌아다니고 있다. 미중 무역 충돌 역시 인텔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있고 지난해 잠시 개선됐던 실적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로 인해 장담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인텔은 2018년 CPU(중앙처리장치)보안에 심각한 결함으로 한동안 애를 먹었고 전임 CEO의 부정 스캔들도 일어나 곤경을 치렀던 기업이다. 지난해 초에 새로 부임한 밥 스완 CEO가 ‘원 인텔’(인텔은 하나)의 구호를 내세우면서 심기일전해 반짝 상승세를 타는가 했더니 또 다른 악재들이 연이어 돌출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발표한 코로나이후 유망한 100대 기업에서 인텔이 아예 제외됐을 정도다.

인텔로선 뼈아픈 애플의 ‘탈인텔’

애플의 탈인텔은 인텔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인텔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PC 시장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상징성이 존재한다. 애플이 인텔을 빠져 나간다는 건 이미 PC용 반도체를 둘러싼 상황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애플은 인텔이 2005년경 486 PC에 이어 다음 세대모델로 펜티엄 칩을 개발하자 IBM과 모토롤라와 합세해 이에 대적하는 CPU칩인 파워 PC를 만들었었다. 하지만 PC 시장이 펜티엄쪽으로 흐르고 각종 소프트웨어도 여기에 맞게 바뀌자 애플은 돌연 인텔의 CPU를 쓰기로 결단했다. 모든 소프트웨어가 인텔에 맞춰 돌아가는 환경이었다. 모토롤라는 시장의 점유율을 갈수록 잃었다. 인텔은 애플이외에 모든 PC에서 팬티엄을 쓰는 만큼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있었고 개발 비용을 줄일 수있어 제품 비용도 끌어내릴 수가 있었다. 애플은 재빨리 이를 간파하고 말을 갈아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시 변했다.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PC가 주도하는 시장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주도하는 시장이다. 현재 애플은 스마트폰의 핵심 칩 설계를 영국 암(Arm)사와 협력해 만들고 있다. 애플의 맥 PC가 이런 스마트폰과 연동하고 코스트를 낮추기 위해선 암의 칩이 낫다는 게 애플의 판단이다. 물론 최근 인텔이 10나노이하의반도체 공급에도 원활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시장의 공급 변수

코로나바이러스와 미중 갈등에 따른 영향도 인텔로선 엄청난 고통이다. 지난해 인텔의 연말결산서를 보면 인텔 매출에서 78%가 해외이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매출의 28%나 된다. 인텔의 주요 고객인 중국 레노보와 HP 델 등은 모두 중국에 공장을 갖고 있다. 인텔이 이들 PC기업에 CPU를 제공하면 이들이 중국에서 제조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에 파는 구조다. 이들 3개 기업이 인텔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나 된다. 델이 17%, 레노보가 13%, HP가 11% 등이다.

그만큼 인텔은 세계 글로벌 공급망에 노출돼 있는 기업이다. 하지만 미중 충돌에 의해 인텔은 지금 피해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첨단 반도체 등을 수입하지 않겠다고 계속 으름장을 놓고 있고 직접 실행에 옮기려는 제스처도 취했다. 더구나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품 사용 금지로 인해 인텔의 주 고객인 화웨에 부품 공급이 금지돼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인텔은 최소 15억달러의 데이터센터 칩을 화웨이에 판매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앞장서서 반도체 자립을 외치면서 인텔 등 반도체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미국 반도체 산업 진흥책을 논의했지만 아직 별 뾰족한 수가 아직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내부의 구조적 문제도 심각

밥 스완 인텔 임원이 지난해 CEO가 되면서 먼저 내세운 건 ‘Intel One(하나의 인텔)’이었다. 마치 히라이 가즈오 전 소니회장이 취임하면서 내건 ‘원 소니’ 전략과 비슷한 구조다. 오랫동안 PC CPU에 만족했던 인텔이다. 경쟁 상대가 없으면서 조직은 관료화되고 현실에 안주하는 기업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독과점을 유지하기위해 기술 관리는 폐쇄성을 계속 유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나델라 사티야 CEO 취임이후 개방과 협력의 문화로 바꾸고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탈바꿈 시킨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인텔은 반도체의 크기를 14나노미터에서 10나노미터로 보다 적게 만드는 작업에서 직접 하려고 하지만 라이벌기업인 AMD는 파운드리 업체인 TSMC와 삼성전자에 외주를 줘 10나노 이하를 가뿐하게 만들었다.

물론 거함 인텔이 간단하게 몰락할 것같지는 않다. 엄청난 자산과 기술력은 그대로 존재한다. 하지만 변화하는 환경에서 길을 한번 잘못 잃었을 떄 가져다주는 고통은 상상외로 크다. 인텔이 자칫 라이벌 AMD에도 밀린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지금 안팎의 시련에서 인텔의 행보가 주목된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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