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에도 학대, 담뱃불 의심 상처…가해부모 "훈육이었다" [종합]

입력 2020-06-30 11:48   수정 2020-06-30 13:53


9세 남아를 여행용 가방 안에 가둬 숨지게 한 이른바 '천안 아동학대 사건' 피의자 A씨(41)에게 검찰이 '학대 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 여성은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가둔 데 그치지 않고 가방 위에 올라가 뛰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지검 천안지청 여성·강력범죄 전담부(이춘 부장검사)는 지난 29일 살인과 아동복지법 위반(상습 아동학대), 특수상해 혐의로 A씨를 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이달 1일 정오경 B군(9)을 가로 50㎝·세로 71.5㎝·폭 29㎝ 크기 여행용 가방에 3시간 동안 감금했다가 같은 날 오후 3시20분께 가로 44㎝·세로 60㎝·폭 24㎝의 더 작은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

아이가 처음에 갇힌 가방 안에 용변을 봤다는 이유였다. A씨는 아이를 가둬놓고 중간에 3시간가량 외출도 했다.

B군은 이날 오후 7시25분께 심정지를 일으킨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틀 만인 3일 오후 6시 30분쯤 저산소성 뇌 손상 등으로 숨을 거뒀다.

조사 결과 가방에 들어가 있던 B군은 "숨이 안 쉬어진다"고 수차례 호소했으나 A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방 위에 올라가 뛰기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헤어드라이기로 가방 안에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다.

A씨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12차례에 걸쳐 B군 이마를 요가링으로 때려 상해를 가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B군은 사망 당시 몸무게가 23kg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래인 의붓어머니 친아들은 40kg이었다. 9살 남아 평균 몸무게는 약 32kg이다.

조사 결과 B군은 친부에게도 학대를 당했으며 어린이날인 5월5일에도 머리를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피해 아동 몸에서 학대 정황을 발견한 의료진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B군의 몸 곳곳에 오래된 멍과 상처가 있었고 허벅지에는 담뱃불로 데인 것 같은 상처가 있어 상습폭행 가능성이 의심됐다. A씨는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학대를 의심해 모니터링 중임에도 또 다시 피해 아동을 학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B군을 학대한 정황과 달리 온라인 상에 공개된 A씨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친자녀에 대해 애정을 표시하는 사진과 글이 다수 게재됐다.

A씨는 2018년 친아들 사진을 올린 뒤 "우리 아드님 40kg 먹방 찍자'라는 글을 올리는가 하면 '사랑스러운 딸래미, 공주'라며 자녀의 상장을 자랑하기도 했다.

A씨는 범행을 시인하면서도 "거짓말한 데 대한 훈육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은 아동을 가둔 가방에 올라가 수차례 뛴 것도 모자라 가방 안에 헤어드라이어로 바람을 넣어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라며 "가방 속 아동의 울음과 움직임이 줄었음에도 그대로 방치,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심의한 검찰시민위원회 역시 만장일치로 A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검찰은 사안이 중대한 만큼 아동학대 사건 관련 국내 유사 판례는 물론, 외국 사례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피해 아동의 친모와 동생 등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A씨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A씨에게 살인죄가 적용된 만큼 심사를 통해 신상정보 공개도 가능한 상태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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