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1600명 이스타항공 직원 두고 퇴장하겠다는 국회의원 이상직

입력 2020-06-30 17:36   수정 2020-06-30 18:32

"직원들의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서는 창업자로서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저는 이스타항공의 창업자로서 가족회의를 열어 제 가족들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헌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스타항공의 실질적 오너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9일 기자회견 입장문을 통해 딸과 아들이 갖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38.6%(약 410억원)를 모두 '헌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스타항공의 250억원 임금체불로 매각 작업이 틀어질 위기에 처하자 창업자로서 '희생'하겠다는 것이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이 지분을 토대로 재원을 마련해 체불임금을 지급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금체불 해결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설명한 계획은 제주항공과의 거래가 성사됐을 경우를 가정한 안이다.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하면 직원들은 지난 2월부터 밀린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마저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이 의원이 헌납한 지분 410억원에는 제주항공이 지난 3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으면서 납부한 이행보증금 115억도 포함돼있다. 이 중 100억원은 전환사채(CB) 매입 형태로 이미 이스타항공에 들어가있다. 이스타항공에 신규 투입되는 금액은 약 295억원이다. 여기서 차입금 상환, 부실채권 정리, 세금 등을 빼면 임금체불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제주항공이 일부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제주항공은 그러나 "임금체불 문제는 이스타항공이 체결하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 의원의 '헌납' 뒤에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따라붙는 이유다. '인수합병(M&A) 관련 중대발표'라는 명목으로 열린 기자회견이 체불임금 문제에 대한 구체적 계획없이 이 의원의 '희생'을 부각시키려는 자리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체불임금 해결책, 매각 조건, 향후 계획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것은 이제 검토해야 한다"며 "오늘은 대주주의 지분 헌납에 대해 발표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오히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신뢰에 흠집을 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 전날인 28일 저녁 이스타항공 경영진에 지분 헌납 결정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기자회견 개최 여부도 긴급하게 결정됐다. 회견 내용을 사전에 제주항공에 알릴 새도 없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기자회견 내용만 놓고 보면 계약 파트너가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계약서를 새로 써야 할 수도 있다"며 "일방적인 계약 변경"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 의원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의 한 직원은 "이 의원으로 인해 매각 절차가 더 꼬이게 됐다"며 "매각 절차가 장기 표류할수록 직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는 기간도 그만큼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1600여명의 직원을 놔둔 채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고 퇴장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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