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경제'와 격차, 증시 폭락 부를까 [노경목의 미래노트]

입력 2020-07-04 09:03   수정 2020-07-04 09:26


불붙은 부동산, 증권 시장과 얼어붙는 기업실적과 고용.

최근의 경제 상황은 이같이 요약된다. 부동산은 서울 집값을 중심으로 1~2주일 사이에 수억씩 급등하고, 증권시장에서도 SK바이오팜 등 바이오, IT 관련 주식의 상승세가 나날이 더워지는 날씨만큼이나 뜨겁다.

하지만 실제 경제를 구성하는 생산과 투자, 소비는 여전히 한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와 철강, 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공장 가동률은 좀처럼 코로나 이전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D램 가격 반등으로 가시적인 실적 개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기대에 못 미친다. 소비자물가 지수는 5월에 이어 6월에도 떨어졌다.

보통 경제활동과 자산시장은 함께 움직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2~3개월간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부른 '뉴노멀'의 여러 모습 중 하나다.
정부 정책 신뢰가 자산시장 버블 불렀다
코로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유행) 와중에도 자산시장은 호황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정부 정책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21번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 신뢰'라니. 여기서 정부 정책은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통화 및 재정정책이다. 다음은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의 이야기.

"정부가 기업의 파산과 시스템 위기로의 전이를 막을 거라고 투자자들이 믿고 있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기 쉽다. 초유의 팬데믹에 맞닥드렸지만 실제로 기업이 파산하고, 실업자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늘어나는 것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퍼져 있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가 일제히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펴면서, 이번 위기는 어떻게든 넘어가고 자산시장의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힘을 얻은 것이다."

신용평가업계의 한 전문가는 자산 가격 이론을 동원해 이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설명했다. 증권과 부동산 등 자산의 가격은 유동성과 금리, 미래 리스크에 따라 결정된다. 당연히 유동성이 많고, 금리는 낮고, 리스트는 적을수록 자산 가격은 올라간다.

이 전문가는 정부가 돈을 풀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동성 자체는 감소한 것으로 봤다. 소비와 생산이 경직되면서 돈이 돌지 않았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정적 효과는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금리 인하로 상쇄됐다.

남은 것은 리스크. 코로나19 확산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1~2개월 앞의 미래를 내다보기도 힘들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2차 확산이 올 것이라고 한다. 이같은 점만 생각하면 자산 가격은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가격 하락을 막고 오히려 상승 시키는 것은 역시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다. 여러 나라 정부들의 단합된 대응이 2차 확산이 오더라도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낙관론, 곧 바닥 드러낼 것"
비정상은 정상으로 돌아가기 마련. 실물 경제와 자산 시장 사이의 엇갈림이 계속될 수는 없다. 실물 경제가 자산 시장 수준까지 회복되거나, 자산 시장이 실물 경제의 수준으로 내려 앉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후자에 좀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최소 2021년이나 2022년까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손실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IT 연구팀이 84개 국가 사례를 조사해 발표한 최근 연구 결과가 대표적이다. 여기서는 2021년 봄까지 코로나19 감염자가 전 세계적으로 2억~6억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사망자는 140만~37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렇게 바이러스가 퍼지고도 세계 인구의 90%는 여전히 코로나19에 대한 내성을 갖추지 못해 추가 확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꼭 연구 전망을 가져다 붙이지 않더라도 여름에 접어들며 오히려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는 코로나19를 보고 있으면 일상으로 돌아가기란 요원해 보인다. 물론 정부와 시민들의 대응능력도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 확진자 수가 50~60명을 오르내리고, 그중 상당수는 전파 경로조차 불분명하지만 시민들은 동요하지 않는다. 2월에 경험한 것과 같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도 감염자 수를 어느 정도 묶어두는 것에도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일상에 아무리 익숙해지더라도 그에 따른 경제 피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서울 시내 주요 건물에서는 종종 확진자가 나와 폐쇄되고, 그때마다 주변 지역 업무도 지장을 받는다. 항공업과 서비스업에서 시작된 구조조정과 고용 감소는 중소·중견기업까지 서서히 번져나가고 있다.

코로나19 충격 초반에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한 각국 정부로서는 관련 사태가 장기화되며 늘어나는 피해에 대응할 수단이 충분치 않다.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가지 못해 전체 생산력의 10%가 한동안 가동되지 않는 '90% 경제'가 현실화되며 잠재력의 상실과 경제활력 저하는 경제 전반에 짐을 지운다.
실물경제 침체에 위태로워진 자산시장
미국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피해를 줄이기 위해 2조달러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미국 국내총생산 감소폭은 이의 4배인 8조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며 재가동에 들어간 중국 공장들은 해외 주문 감소로 다시 구조조정에 들어갈 판이다.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 가운데 주가만 급등하며 증시가 전례 없는 고평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S&P500 구성 종목들은 평균 PER은 최근 21배까지 올라섰다. 20년래 최고치다. 미국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최소 내년말까지는 코로나 충격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시장이 가격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증권 및 부동산 투자자들은 코로나19를 가능한 모른 척하고 싶을 것이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이래 6개월간 우리 생활을 지배한 전염병 관련 소식이 질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백신이 개발되고, 충분히 공급될 때까지 우리의 생활과 투자에서 코로나19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에 소개된 말로 마무리 짓겠다.

"당신은 팬데믹에게 흥미를 잃었을지 모르지만, 팬데믹은 당신에게 흥미를 잃지 않았다.(You may have lost interest in the pandemic. It has not lost interest in you.)"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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