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느 날 유인원들이 나무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어느 개체에서인가 둔부 비대증이라는 변이가 일어났다. 엉덩이 근육으로 유인원은 두 발로 설 수 있게 됐다. 이후 손을 쓰고, 뇌는 커졌다. 우리들의 조상이 됐다. 자연에 적응하며 호모사피엔스는 지구의 지배자가 됐다. 돌연변이는 진화의 필수적 재료가 된다. 하지만 이런 유익한 변이는 드물다.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 변이는 도태된다. 사고로 다친 새의 날개는 유전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자본시장 돌아가는 것을 보며 문득 진화론을 떠올렸다. 진화의 두 가지 조건은 자연선택과 돌연변이다.연일 터지는 사모펀드 환매 중단은 돌연변이를 연상케 한다. 금융산업에서 돌연변이는 규제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완화건 강화건 금융회사들의 생존 공식을 급속히 바꿔놓기 때문이다. 펀드시장의 변이는 2014년 발생했다.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1억원만 있으면 투자할 수 있고, 10억원만 있으면 사모펀드 운용사를 세울 수 있게 됐다. 펀드시장의 변인이었다. 우르르 시장으로 몰려갔다. 수백 개 사모펀드 업체가 생겨났다. 돈을 굴릴 실력이 있는지는 그다음 문제였다. 일단 펀드를 내놓고 봤다. 그렇게 펀드는 1만 개가 넘었다. 자금은 물밀 듯 들어왔다. 사모펀드 자산은 400조원을 넘어섰다. 시장 구도를 통째로 바꾼 돌연변이였다.
금융당국은 시장 진화의 설계자 역할을 한다. 당국은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필요하다.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봐야 하는 것은 ‘정책 설계 프로세스’다. 자연의 진화와 달리 변이(규제)에 의한 시장의 진화는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장참여자들을 이해하려는 노력만 있어도 큰 실패는 막을 수 있다.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았거나, 허술하게 한 결과는 혹독하다. 부동산정책, 금융정책 모두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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