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수억 폭등…6·17대책이 불지른 전셋값

입력 2020-07-05 17:29   수정 2020-07-06 01:52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천장을 뚫었다. 지난해부터 오르던 전셋값에 ‘6·17 부동산대책’이 기름을 부었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 등이 생기면서 전세 물량의 씨가 마르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격한 6·17 대책이 집값은 잡지 못하고 전셋값만 올려 세입자들의 비명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5일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주간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6월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보다 0.22% 올랐다. 2015년 10월 넷째주(0.22%) 이후 4년9개월 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 전세가격은 한 달 만에 5억원 올랐다. 지난 5월 보증금 9억원에 계약됐던 것이 지난달 29일 14억원에 거래됐다. 두 건 모두 같은 16층이다. 강남만 오른 게 아니다. 성북구 길음동 길음래미안3차 전용 84㎡는 지난달 20일 신고가인 보증금 6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6·17 대책 이후 최고가 전세 거래가 잇따르는 것은 재건축 조합원이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2년 거주해야 하는 규제 영향이 컸다. 여기에 전세자금대출을 통한 매매까지 막히면서 전세 수요가 급증했다.

이번 대책 발표 전인 6월 셋째주 0.12%이던 서울 전세가격 상승률은 발표 후인 넷째주 0.21%로 상승폭이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7045건으로, 201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으로 1만 건을 넘기지 못했다. 수요는 넘치지만 물량이 없어 거래가 준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다주택자와 1주택자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집을 팔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팔고 나면 전·월세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집값 잡으려다 세입자 잡는 규제…잠실선 전셋값 한달새 5억 폭등
2년 실거주에 청약 대기수요 몰리며 전세물량 싹 사라져
“한 달 만에 전용 84㎡ 전세가격이 5억원 뛰었네요. 잠실에서 중개업소를 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전셋값이 이렇게 오르는 건 못 봤습니다.”(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의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금지 등으로 오르던 전셋값은 6·17 대책이 나오자 급등세로 바뀌었다. 정부가 재건축 2년 실거주 등을 담은 6·17 대책을 내놓으면서 전세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6·17 대책에 세입자 ‘비명’
5일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주간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6월 다섯째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보다 0.22% 올라 2015년 10월 이후 5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둘째주부터 52주 연속 상승해온 서울 전셋값은 올 5월 말부터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6월 다섯째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평균 상승률은 0.13%로 지난해 9월 넷째주부터 41주 연속 올랐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 전셋값이 떨어진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성북구(0.94%)를 비롯해 서대문구(0.46%) 송파구(0.40%) 등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 5월 8억1000만원에 전세 거래됐지만 6월에는 4억원가량 오른 신고가인 12억원에 나갔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34㎡는 지난달 29일 보증금 21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해 역시 신고가를 기록했다. 5월 18억8000만원에 거래된 뒤 단숨에 2억7000만원 뛰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전용 164㎡도 지난달 19일 보증금 21억5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18억5000만원)보다 3억원 상승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23일 보증금 15억원에 전세 계약돼 5월(12억원)보다 3억원 뛰었다.

강북 아파트 전세도 마찬가지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114㎡ 전세는 최근 보증금 12억원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가인 5월 초의 10억8000만원에서 1억원 넘게 뛰었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라스’ 전용 84㎡ 전세 매물은 지난 1일 보증금 8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지난달 15일 7억5000만원에 거래된 뒤 불과 2주 만에 1억원 올랐다.
실거주 늘면서 전세 품귀
전세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6월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3.5로, 2016년 4월(174.7) 후 최고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넘어 높을수록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6·17 대책은 강남구 삼성동·대치동·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전세 낀 갭투자를 원천 차단했다. 재건축 아파트에 2년 이상 거주한 집주인에게만 분양권을 주겠다고 선언하면서 실거주를 사실상 의무화했다. 학군지 수요로 세입자가 많은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전체 4424가구 가운데 약 3000가구(68%)가 세입자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6·17 대책 후 직접 들어가 살겠다는 집주인이 늘었다”며 “세금을 전가하기 위해 전월세로 바꾸는 집주인도 있다”고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임대차보호 3법’(전월세 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도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 제도 시행 전 미리 보증금을 올려 받으려는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급등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공급은 제한된 반면 재건축 단지의 대규모 이주가 예정돼 있어 전세난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7967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3553가구)보다 23.7% 적다. 내년 전체 입주 물량은 2만1739가구로 올해(4만2012가구)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2010년 이후 최저 물량이다.

최진석/신연수/장현주/정연일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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