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수 추첨 미뤄달라" 민원에…한국감정원 '골머리'

입력 2020-07-09 17:19   수정 2020-07-10 08:21

한국감정원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동·호수 추첨 업무를 맡은 뒤 조합원들의 민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합원들이 재건축 사업 진행을 막는 방법으로 감정원에 집단 민원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감정원은 오는 15일 예정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의 동·호수 추첨 일정을 두고 조합원들과 잇따라 면담을 하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 일부 조합원이 ‘현행 조합 집행부의 운영이 투명하지 못하다’ ‘미리 로열층을 배정받은 사람이 있다더라’ 등의 주장으로 추첨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어서다. 감정원은 지난 2월 금융결제원의 청약 업무를 이관받으면서 정비사업장의 동·호수 추첨 업무도 함께 맡았다.

공공·민영 아파트의 동·호수 추첨은 청약 당첨자들의 자격을 검증해야 하므로 감정원이 의무적으로 맡는다. 정비사업장의 동·호수 추첨은 의무가 아니다. 이미 조합원 자격을 갖춘 만큼 사설 추첨 기관이나 조합이 자체적으로 동·호수를 추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몇 층이냐, 무슨 향이냐 등에 따라 수억원씩 매매가가 벌어지는 만큼 대다수 조합은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에 이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감정원의 동·호수 추첨 방식은 사실상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전산 추첨에서 문제가 생길 확률은 로또 당첨 확률보다 낮다”며 “이런저런 근거 없는 얘기들이 있지만 추첨 과정의 공정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동·호수 추첨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조합 내부에서도 일정 조율에 민감한 편이다. 특히 조합원 분담금, 분양가 등에 대한 논란이 많은 사업장은 조합 반대 진영이 사업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동·호수 추첨 연기를 이용한다.

최근 동·호수 추첨이 연기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는 현행 조합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릴레이 방식으로 감정원에 민원을 넣었다. 이들 조합원은 감정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하루 50~60건씩 민원을 올리고, 사무실에 온종일 항의 전화를 했다. 이 사업장은 조합원 총회가 무산되면서 동·호수 추첨이 자연스럽게 미뤄졌지만 감정원 직원들은 무더기 민원에 대응하느라 밤잠을 설쳐야 했다. 현재 감정원에서 정비사업장 동·호수 추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2명뿐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절차상 문제가 없으면 일정대로 추첨을 진행하는 게 원칙이지만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작은 민원도 소홀히 넘길 수 없다”며 “최대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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