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한국 해외건설 악순환의 시작은 '수주 중심주의'

입력 2020-07-09 18:00   수정 2020-07-10 02:59

2013년 4월 한국의 주요 건설사가 ‘어닝 쇼크’란 형태로 해외건설 사업의 부실을 고백하기 시작했다. GS건설은 해외 플랜트와 환경 프로젝트 원가율 악화를 이유로 1분기 5355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분기 21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가 2분기 887억원으로 적자 규모를 줄였지만 3분기에 7468억원의 적자를 냈다. SK건설도 1~3분기 3147억원의 손실을 냈고, 대림산업은 4분기 3196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어닝 쇼크 이전엔 ‘수주 신화’가 있었다. 2010년 한국 해외건설 수주액은 716억달러라는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이후 몇 년간 600억달러 안팎의 수주 호황이 이어졌다.

이상호 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이 쓴 《수주 신화와 어닝 쇼크》는 1970년대 이후 한국 해외건설의 역사를 세 차례에 걸친 ‘수주 신화와 어닝 쇼크의 반복’이란 관점에서 바라본다. 1980년대 초반 중동 건설 붐, 1990년대 중반의 동남아시아 건설 붐, 2010년대 초반의 플랜트 건설 붐은 하나같이 수익성 악화로 인한 어닝 쇼크, 부실기업 정리 수순으로 이어졌다는 시각이다. 저자는 “한두 번의 실수는 실수라 할 수 있지만 세 번의 실수는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며 “한국 해외건설이 호황과 침체 사이를 오갔다는 사실보다 그 패턴이 동일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한국 해외건설산업의 구조적인 요인과 고질적인 문제점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 해외건설의 특징은 많은 기업이 같은 시점에 같은 지역에서 같은 공종으로 경쟁한다는 것이다. 중동 편중, 동남아시아 편중, 플랜트 편중으로 대변되는 쏠림 현상은 필연적으로 저가 수주와 과당경쟁을 불러왔고, 결국 경영 부실로 이어졌다. 이런 악순환의 시작에 수주 중심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수주한 프로젝트가 얼마짜리인가에 관심이 쏟아지고 그 프로젝트로 얼마의 수익이 났느냐는 질문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글로벌 스탠더드는 수주금액이 아니라 수익금액으로 모든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라며 “수익성에 기반해 사업부문을 재편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인수합병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제까지 단순 시공에 집중했다면 시공 전후 단계로 가치사슬을 확장하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편중 현상을 막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돌발변수로 세계 경제가 쉬어가는 지금이 한국 해외 건설 시스템 ‘리셋’의 최적기”라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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