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화장실을 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감시된다면?
이 시스템은 원격 화상 단말기를 이용해 근로자들의 얼굴, 이름, 소속, 업무, 연락처, 출퇴근 시간, 휴식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작업자들이 헬멧 착용을 잊어버리거나 제한구역에 진입하는 등 사고위험이 있을 때는 경보를 보냅니다.
특히 인부들의 세부 행동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한데요. 고속 AI 기술칩을 탑재해 동영상 내용을 빠르게 읽어내 영상 속 사람 몸싸움, 근무지 이탈, 흡연, 전화통화 등을 빠르게 감시할 수 있습니다. 촬영 내용에 따라서 해당 영상을 경찰에 증거자료로 제공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중국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은근히 빈둥거리는 인부들이 많다"면서 반기는 눈치입니다. 보고서에서도 "이 시스템은 24시간 상시 감시가 가능하고 업무 누락 등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기존 감독 업무 부담을 상당히 낮췄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 외에도 단말기를 통해 미세먼지, 소음, 풍속, 기온, 습도 등 작업 환경을 자동으로 모니터링해 기준치를 초과하하면 즉시 경찰 신고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건설업은 작업환경이 복잡하고 전 세계적으로 사업성장이 둔화된 탓에 AI 기술 적용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국 국영기업이자 세계 3위 석유기업인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연구소와 손잡고 공동으로 이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현재 중국 전역에 있는 CNPC 건설 현장 10여곳에 이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AI 기술을 널리 사용하는 만큼 관련 기업도 중국에 많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중국과학원의 '2019 인공지능 발전 백서'에 따르면 글로벌 AI 관련 기업 상위 20개 가운데 미국(9개)에 이어 중국(7개)이 2위를 차지했고, 일본(2개)과 영국·스위스(1개)가 각각 3·4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은 아쉽지만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순위에 든 중국 기업은 정보기술(IT) 기업 바이두, 세계 1위 민간드론 전문업체 DJI, 안면인식 선도기업 센스타임(SenseTime), 메그비(Megvii), 아이플라이텍(iFlyTek) 등으로 최근 AI와 안면인식 분야에서 새로 생겨난 스타트업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들의 설립연도는 대부분 2010년 이후로 신생기업에 속합니다. 짧은 기간 동안 세계적인 기업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인데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중국 성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중국을 세계적인 과학기술 선도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만큼, 정책적 뒷받침도 뒤따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2030년까지 AI 분야에서 세계 1위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2017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오는 2025년까지 일부 AI 기술·응용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2030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AI 혁신 국가로 우뚝 서겠다는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관련 2025년까지 총 1조4000억달러(약 1700조원) 투자를 하겠다는 마스터 플랜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시장분석 기관 트랙티카(Tractica)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2025년 368억달러(약 39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의 '디지털 뉴딜'은 어떤 내용을 담을지 궁금해집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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