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는 우리 국어생활에도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하고 있다. 그중에 ‘발열’은 발음과 관련해 주목할 만하다. 이 말을 사람마다 [발녈] [발렬] [바렬] 식으로 들쭉날쭉 발음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만큼 수시로 우리 입에 오르내리는 이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발열’의 발음을 알기 위해서는 우리말의 ‘ㄴ’ 첨가 현상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표준발음법(제29항)에서는 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뒷말 모음에 ‘ㄴ’ 음을 첨가해 발음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간단히 살피면 “앞말에 받침이 있고, 뒷말이 ‘이, 야, 여, 요, 유’ 음으로 시작하면 ‘ㄴ’ 음이 덧난다”는 얘기다. ‘동-영상[동녕상], 솜-이불[솜니불], 막-일[망닐], 내복-약[내봉냑], 색-연필[생년필], 늑막-염[능망념], 영업-용[영엄뇽], 식용-유[시?뉴], 백분-율[백뿐뉼]’ 같은 게 그 예다.
이런 규정은 우리말을 쓰는 사람들에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발음을 좀 더 쉽고 편리하게 하고자 하는 ‘언어의 경제성’ 원리가 작용한 결과다. 요즘은 발음 교육이 부실한 탓인지 이들을 발음할 때 ‘ㄴ’ 음 첨가 없이 [동영상, 소미불, 마길, 내보갹, 새견필, 능마겸, 영어?, 시?유, 백뿌뉼] 식으로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받침을 흘러내려 발음하는 것이다. 이는 규범에 어긋난다.
하지만 말의 속성이 그렇듯이, 모든 단어가 조건에 맞는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ㄴ’ 음이 덧나거나 또는 덧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외 규정이 있다. ‘검열’과 ‘금융’ 같은 게 그런 경우다. 이들은 [검녈] [금늉]이라 읽을 수도 있지만, [거멸] [그?]처럼 받침을 흘려 말하는 것도 인정했다. 현실 발음을 규범에 반영한 것이다.
‘6·25’나 ‘금요일’ ‘목요일’ 같은 발음도 마찬가지다. 6·25는 ‘육+이오’로 이뤄진 합성어다. 우리가 살펴본 기준을 적용하면 우선 ‘ㄴ’이 첨가돼 ‘육+니오’가 되고, 다시 앞의 ‘육’은 자음동화에 따라 ‘융’이 된다. 결국 ‘융니오’가 원칙에 맞는 발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대부분 받침을 흘려내린 [유기오]로 발음한다. 국립국어원에서도 이를 인정해 [유기오] 하나로 통일하고 오히려 [융니오]는 인정하지 않게 됐다. 간혹 목요일, 금요일을 [몽뇨일] [금뇨일]로 발음하는 이도 있는데, 이 역시 다 까닭이 있는 발음이다. 지금은 [모교일] [그묘일]만 맞는 발음이다. ‘발열’도 언젠가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발렬]이라 발음한다면 그것이 규범으로 인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