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장이라니"…야권, 2차가해 논란 커지자 신중모드로

입력 2020-07-10 19:26   수정 2020-07-10 19:28


야권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조문을 앞두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우려가 커지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합당은 10일 오전까지만 해도 박 시장의 사망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며 입단속에 주력했으나 조문을 앞두고 2차 가해 우려가 나오면서 여론 동향을 주시하는 중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박 시장 빈소를 찾을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취소하고 주말까지 여론 동향을 지켜보기로 했다.

당내에선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는 당사자가 있는데도 고소 사건이 박 시장의 사망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데 이어 고인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지게 되자 미투에 시민장으로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기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서울시민장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여비서가 자신의 명예뿐 아니라 인생을 걸고 고발한 것은 눈 감나. 얼마나 서울시민에게 수치스럽고 비윤리적인지 고인이 더 잘 알기 때문에 자살을 택하지 않았나"라고 주장했다.

4선 권영세 의원은 페이스북에 "박 시장의 타계 소식은 안타깝고도 불행한 일이나 박 시장을 성추행 가해자로 고소했던 분은, 만일 그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일로 인해 엄청난 추가적인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 의원은 "추모 과정에서 이분의 고통이 외면되거나 심지어 가중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적었다.

김기현 의원도 "공무수행으로 인한 사고도 아니고 더이상 이런 극단적 선택이 면죄부처럼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했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이날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여러 공직에 계신 분들과 관련해 자꾸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시장님께서 돌아가신 이유를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아주 엄숙한 분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지도부 차원에서는 고인에 대한 애도를 전했지만, 개별 의원들은 피해자를 향한 연대를 표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조문 뒤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분은 피해자, 고소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고소인에 대한 신상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류호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박 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고소인을 향해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위로했다.

장혜영 의원도 "차마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 누군가 용기 내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 이야기 끝이 '공소권 없음'과 서울시 이름으로 치르는 전례 없는 장례식이 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야권의 이런 태도에 여권의 일부 지지자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포털 댓글 등을 통해 비난을 퍼붓는 등 진영대결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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