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분" "엄격해서" 박원순 추모 메시지 2차 가해 논란

입력 2020-07-11 11:08   수정 2020-07-11 11:10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망한 것과 관련 여권에서 추모 메시지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전직 비서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만큼 대부분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 짧은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나 일부 여권 정치인들은 박원순 시장을 추모하는 과정에서 "맑은 분" "자신에게 엄격한 분" 등의 발언으로 극단적 선택 이유가 박 시장의 높은 도덕성 때문인 것처럼 미화했다.

이 같은 발언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참여정부 출범 때부터 뵀었고, 맑은 분이었기 때문에 세상을 하직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든다"며 울먹였다.

그는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선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맑은 분'이라는 표현이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는 "그 정도까지만 하자"면서 자리를 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 시장을 추모하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조희연 교육감은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한 친구를 잃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나는 삶을 포기할 정도로 자신에 대해 가혹하고 엄격한 그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며 "시장 박원순이 있었기에 세월호와 촛불항쟁의 광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역사에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오늘까지 진척시킨 주역이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한민국과 서울을 위한 거인과 같은 삶을 사셨다"고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여권의 추모 메시지에 대해 "맑고 엄격한 분이라 비서를 성추행 했나" "이런 메시지를 지켜보는 피해자의 심정은 생각 안 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모두가 고인을 추모할 뿐, 피해 여성이 평생 안고 가게 될 고통은 말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고소가 사람을 죽인 것 같은 트라우마에 갇힐 것이 걱정된다"고 했다.

유창선 평론가는 "무엇보다 앞으로 벌어질 광경 앞에서 외롭지 않기를 빈다. 당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 나 혼자라도 이 얘기는 꼭 전하고 싶었다"며 "고인에 대한 추모의 목소리들과 피해 여성의 고통이 정비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박원순 시장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미투 폭로자는 현재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시장의 전 비서 A씨는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 고소장을 접수하고 변호인과 함께 조사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본인 외에도 더 많은 피해자가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박원순 시장이 두려워 아무도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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