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고소인 측 "경찰·서울시 입장 밝히고 당정 외면말라" [전문]

입력 2020-07-13 15:58   수정 2020-07-13 17:23

"피해자가 온·오프라인에서 2차 피해를 겪고 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13일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열고 피고소인이 사망했다고 해서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미경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소인은 4년간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성적 괴롭힘 피해를 지속적으로 당했고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며 "피해자가 고소를 한 직후 만나서 면담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소 직후 고소 사실이 모종의 경로를 통해 피고소인인 박 시장에게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이미경 소장은 이번 성추행이 고소인이 거부나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시간뿐 아니라 업무 후 시간에도 지속적으로 성적 괴롭힘이 이뤄진, 전형적인 권력과 위력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고소인이 그동안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한 것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비서의 업무는 시장의 심기 보좌" 등이란 말만 들어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언급했다.



또 고소인이 부서 변경을 요청했으나 박 시장이 승인하지 않는 한 불가능했으며, 박 시장은 속옷차림 사진을 전송하거나 음란한 문자를 발송하는 등 가해 수위가 심각해졌다고 알렸다. 부서 변동이 이뤄진 뒤에도 개인적 연락은 지속됐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소장은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피해자가 온·오프라인에서 2차 피해를 겪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피해자 지원은 고소 직후에 시작했다"며 "피해자 안전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피해자 지원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했고 청와대나 어디에서도 이 사건의 압박을 받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압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전혀 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수많은 사람이 2차 가해를 해도 시베리아 벌판에 혼자 서 있는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 만연한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밝히는 것은 인권회복의 첫 걸음"이라며 "경찰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입장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 정당은 인간이길 원했던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책임 있는 행보를 위한 계획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 고소인 측 기자회견문 전문 ]
위력 성추행 피해자에게 '정의'와 '일상 회복'을!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 사건 지원의 배경

먼저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린 피해자 분의 용기에 온 마음으로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 본 사건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입니다. 이는 4년 동안 지속됐습니다. 피해자는 오랜 고민 끝에 지난 7월8일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가 고소를 한 직후에 피해자와 변호인을 만나 면담을 했습니다. 우리가 접한 피해 사실은 비서가 시장에 대해 절대적으로 거부나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시간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도 사생활 언급, 신체 접촉, 사진 전송을 하는 등 전형적인 권력과 위력에 의해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곧바로 고소를 하지 못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피해자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시장의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라고 하거나, 비서의 업무를 시장의 심기를 보좌하는 역할이자 노동으로 일컫거나, 피해를 사소화하는 등의 반응이 이어져 더 이상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피해자는 부서 변경을 요청했으나 시장이 이를 승인하지 않는 한 불가능했습니다. 본인의 속옷 차림 사진 전송, 늦은 밤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 대화 요구, 음란한 문자 발송 등 점점 가해의 수위는 심각해졌고 심지어 부서 변경이 이루어진 이후에도 개인적 연락이 지속됐습니다.

무엇보다 인구 1000만명의 대도시인 서울시장이 갖는 엄청난 위력 속에서 어떠한 거부나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전형적인 위력 성폭력의 특성을 그대로 보였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를 법적, 의료적, 심리적으로 지원하고 우리 사회 성문화를 바꿔가며 여성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활동하는 우리 두 단체에서는 이 사건을 접하고, 피해자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이 사건이 형사사법절차상 수사·재판을 제대로 거쳐 가해자는 응당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했습니다.

▲ 이 사건의 의미

이 사건은 전형적 직장 내 성추행 사건임에도 피고소인이 망인이 되어 '공소권 없음'으로 형사고소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결코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박원순 전 시장은 여성인권에 관심을 갖고 역할을 해 온 사회적 리더였습니다. 그럼에도 그 또한 직장 내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적 대상화, 성희롱, 성추행을 가했습니다. 서울대 교수 성희롱 사건 이후 성희롱 예방이 법제화가 됐고, 그 또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직장 내 성폭력 예방교육을 성실히 이수해온 듯했지만 본인 스스로 가해 행위를 성찰하지도 멈추지도 않았습니다.

더욱이 미투 운동,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에 대해 가까이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위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안이 누구보다 자신에게 해당된다는 점을 깨닫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멈추는 선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건은 성폭력의 행위자가 죽음을 선택한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해 심각한 사회적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만약 죽음을 선택한 것이 피해자에 대한 사죄의 뜻이기도 했다면 어떠한 형태로라도 피해자에게 성폭력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진다는 뜻을 전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남겼을 뿐인데 피해자는 이미 사과 받은 것이며 책임은 종결된 것 아니냐는 일방적인 해석이 피해자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력으로 가해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습니다. 서울시장의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 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이렇게 투명하고 끈질긴 남성 중심 성문화의 실체와 구조가 무엇인지 통탄하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미투' 운동 이후 우리 한국사회는 커다란 변화의 물결 속에 있습니다. 더 이상 피해자들은 참지 않고 말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말할 수 있는 사람이며, 말할 권리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피해를 입고도 숨죽이며 살아갈 사람이 없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위력 성폭력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점을 통렬히 말씀드립니다.


▲ 요구사항

피해자를 지원하는 본 단체는 피해자가 성추행으로 입은 상처를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와 안전하게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우리 단체들은 본 사건은 고위공직자에 의한 권력형 성범죄임이 분명함을 인지하고 확인했습니다.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할 때 국가는 성인지적 관점 하에 신고된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 및 조사 과정을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인권을 회복하고 가해자는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아 벌을 받아야 합니다. 이는 분명한 국가의 책무입니다.

이 사건에 대한 진상이 제대로 밝혀져야 합니다. 본 사건 피해자는 이 사건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피해자는 고소 과정을 통해 본 사건이 정의롭게 해결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용기를 내 고소했으나 피고소인이 부재한 상황이 됐습니다. 그러나 피고소인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해서 사건의 실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 비난이 만연한 현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밝히는 것은 피해자의 인권회복의 첫걸음입니다.

현재 경찰에서는 고소인 조사와 일부 참고인 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찰은 현재까지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십시오.

서울시는 본 사건의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를 입었던 직장입니다. 규정에 의해 서울시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 정당은 인간이길 원했던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고 책임 있는 행보를 위한 계획을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피해자가 여기 있다. 함께하는 우리가 있다." 여기 있는 두 단체를 비롯한 저희 여성(인권)단체는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고통 받는 피해자와 함께하며 여성폭력 없는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우리는 본 사건에서도 피해자의 일상이 회복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우선,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활동을 책임 있게 하겠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피해자가 안전할 수 있도록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활동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원하는 바대로 사건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겠습니다. 서울시와 정부, 정당, 국회 등이 제대로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단체, 시민 등과 함께 힘을 합쳐 행동을 시작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이 사건의 제대로 된 해결을 촉구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피해자에게 보내는 연대의 메시지를 수집하는 설문에는 이틀 만에 1200명이 넘는 분들이 함께하여 피해자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본 단체들에게도 피해자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문의도 계속 오고 있습니다.

본 사건을 접하고 우리 모두는 참담했지만, 피해자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있는 한, 용기를 내어 목소리 낸 우리 피해자가 있는 한, 우리는 이 참담함을 정의로움으로 바꿔 낼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할 수 있습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영상=조상현 한경닷컴 doytt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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