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일기 쓰기, 기록의 소중함

입력 2020-07-14 17:46   수정 2020-07-15 00:07

나는 업무일지를 중심으로 일기를 쓴다. 시작한 지 20여 년이 됐다. 기록은 노트북으로 한다. 생활의 한 부분이 되기 전에는 일기 쓰는 것도 일이었다. 며칠 묶어서 쓰기도 하고, 업무에 치일 때는 한 달쯤 건너뛰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빠짐없이 쓴다. 바쁘면 간단히 메모해 뒀다가 주말에 정리하기도 한다. 지금은 생활의 일부가 됐다.

업무일지의 시작은 단순했다. 1999년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다른 부처로 파견된 적이 있다. 나의 전임자는 나에게 업무일지 이야기를 해줬다. 생소한 업무에 대한 기록도 되고, 타자 속도에도 도움이 된다는 조언이었다. 그때는 업무용 컴퓨터가 보급된 지 오래되지 않았던 때였다. 하루 10분 타이핑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며 업무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 파견될 때는 영어로 써보기도 했다.

주변에 보면 다양한 일기 쓰기 방식이 있다. 한 동료는 휴대폰에 하루의 주요 일정을 기록으로 남긴다. 그리고 가끔씩 마시는 술을 소주로 환산해 기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주량을 조절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는 휘발유 가격도 기록한다고 한다. 몇 년치의 가격 추이를 보면서 경제도 생각해본다고 했다. 재미있는 기록의 누적일 것이다.

또 다른 형태의 기록이 있다. 아는 선배 한 분은 업무 관련 자료를 계속 모았다. 나중에 공직 경험을 모아 책을 쓰겠다면서 말이다. 어찌 그런 생각을…. 감탄이 앞섰다. 결국 본인이 담당한 정책의 세부 자료를 모아 멋진, 그리고 내용이 있는 책을 한 권 냈다. 나는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기록의 소중함, 효용성은 더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실제 크게든 작게든 도움될 때가 1년에도 몇 번은 있다. 6년 전 중앙부처 공무원의 근무행태가 문제 된 적이 있었다. 6개월간의 출장기록을 내라는 지시를 받았다. 세종에서 근무하다 보니 서울 등으로 많이 다녔다. 서울 회의, 국회 출장 등 대부분은 소명했다. 하지만 출장기록이 없던 두 건에 대해서는 별도 소명이 필요했다. 월요일 10분 당겨진 출근 버스를 놓치고 고속버스로 가면서 늦게 출근한 것 등을 일기에서 확인하고 정확히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일상적인 업무는 물론 소소한 일과도 더 세밀하게 기록하게 됐다.

일기는 자기 반성의 과정이기도 하다. 일일삼성(一日三省), 하루 세 번까지는 아닐지라도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좋다. ‘앞뒤 맞지 않는 말이나 지시를 하지는 않았는지’ ‘업무협의차 지방에서 오신 분에게 소홀함이 없었는지’ 하는 것들이다. 반성하면서 기록했지 싶다. 나는 넓은 업무 영역과 다양한 일정을 실수 없이 수행하기 위해 현안 사항을 그때그때 기록하고 있다. 이래저래 일기는 계속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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