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여성의원들, 서지현엔 "피해자"…朴 고소인엔 "피해 호소 여성"

입력 2020-07-14 18:56   수정 2020-07-14 19:43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원들이 14일 박원순 성추행 의혹에 대한 입장문을 내놨다. 별다른 기자회견 없이 원고지 5매짜리 입장문만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피해자'라는 단어 대신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날 배포된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 일동 명의의 입장문에는 "피해 호소 여성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여 참담한 마음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우선 피해 호소 여성이 느꼈을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또한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와 비방, 모욕과 위협이 있었던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 더이상 이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또 "무엇보다 먼저 당사자의 인권 보호는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해 서울시 차원의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피해 호소인이 서울시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묵인 당했다고 하는 만큼 꼭 필요한 조치"라고 했다. 이어 "서울시는 피해 호소 여성의 입장을 고려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진상 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 위원회’를 꾸려야 할 것"이라며 "피해 호소인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조치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당 차원의 성찰과 특단의 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당내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는 성폭력 문제 근절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기존 제도를 종합 점검하여 보다 실효성 있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은 남인순 민주당 의원으로, 남 의원은 전날 박 시장의 장지까지 따라가는 등 박 시장과 깊은 인연을 숨기지 않았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의 이런 대응은 과거 사례를 비춰봐도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지난 2018년 1월29일 한국 사회의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 폭로 이후 하루 만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조계 성범죄를 규탄했다. 당시 서 검사를 '성범죄 피해자'라고 지칭하며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기자회견에는 진선미·정춘숙·이재정·유승희·송옥주·남인순·박경미·권미혁·유은혜 의원 등이 자리했다. 이들은 "가장 폐쇄적 집단인 법조계 내에서의 성범죄 피해자의 고백은 집단으로부터 외면당하기 부지기수였다"며 "성범죄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검찰 조직이, 성범죄 의혹을 덮고 피해자에게 인사 불이익을 남용했다는 사실이 참담하며 분노를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박 시장을 성범죄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를 두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피해 호소 여성'이라고 부른 것과 관련 "또다시 그 빌어먹을 무죄추정의 원칙인가"라며 "피해자'라는 말을 놔두고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생소한 신조어를 만들어 쓰는 것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할 의사가 없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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