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로사에서 오월커피까지…강릉이 커피도시가 된 이유

입력 2020-07-16 22:34   수정 2020-07-16 23:08


"강릉갈래? 커피 마시러."

20년 전부터 강릉은 그런 곳이었다. 바다 보며 커피 한잔 마시러 훌쩍 떠날 수 있는 도시. 그때 테라로사와 보헤미안은 작은 가게였다. 서울을 벗어나 잠시 솔향과 바다향 맡으며 세상의 모든 커피를 마실 수 있던 곳. 그런 강릉은 지금 커피의 도시가 됐다.

전국 인구 1만 명당 카페 수는 평균 14개. 강릉은 거의 2배에 달하는 25개다. 테라로사와 보헤미안은 전국구 카페이자 토종 스페셜티 커피의 '원조 브랜드'가 됐다. 횟집 몇 개가 고작이던 안목해변 카페거리는 500m 거리 안에 카페들이 줄지어 있다. 강원 동해안 지역 커피 전문점 수는 1166개. 이 중 45%가 강릉에 몰려 있다.
강릉은 왜, 언제부터 커피를 마셨나
강릉이 커피의 도시가 된 데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우선 강릉의 자연과 문화적 자산이 커피 도시의 뿌리라는 설. 강릉은 강원도 관찰사가 상주하던 행정 중심지이자 명문 사대부 집안이 많아 예부터 풍류와 사교 문화가 발달했다.

차 문화와 계 문화가 일찍부터 발달에 과거 '다도문화'의 중심지여서 자연스럽게 커피로 그 문화가 옮겨갔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1호 바리스타 박이추 선생이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커피를 만들겠다"며 강릉에 내려오게 된 것도 계기가 됐다.

2002년에는 고향이 강릉인 김용덕 테라로사 대표가 터를 잡고 커피 공장을 열며 커피도시로의 발판을 마련했다. 강릉시는 2009년부터 강릉 일대에서 커피 축제를 매년 열었고, 2018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해안가에 커피전문점들이 대거 문을 열었다.
안목해변 커피의 원조는 자판기?
1980년대 안목해변에서 청춘을 보낸 강릉 사람들은 이 해변을 전국 최고의 커피 자판기가 있던 곳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와 초호화 카페가 늘어선 곳이지만 그때는 많은 연인의 한적한 데이트 코스 였다고 한다.

강릉 지역 라디오 방송에는 "안목해변 자판기 커피가 참 맛있었다"는 사연과 "6번째 자판기가 제일 맛있다더라"는 사연들이 매일 도착했다고.

당시 1㎞ 남짓한 구간에는 50여대의 자판기가 경쟁했다. 얼음복숭아홍차, 얼음커피, 맛있는 율무차 등 메뉴 경쟁도 치열했다. 지금도 이 거리 한켠에 추억의 안목해변 자판기가 남아있다.
새로 뜨는 명주동 '시나미' 카페거리
강릉역에서 명주예술회관에 이르는 명주동 일대는 주말마다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안목해변 카페거리에 실증난 사람들이 찾는 새로운 커피 명소가 됐다.

이 길목은 강원도 말로 '천천히'라는 뜻의 '시나미'를 붙여 '시나미명주길'로 불린다.

1940년대 지어진 방앗간을 개조해 2011년 문을 연 '봉봉방앗간'을 시작으로 오래된 적산가옥을 카페로 만든 '오월커피', 함께 마주하고 있는 '명주배롱', 골목 끝 남대천변에 있는 '칠커피'까지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카페가 즐비하다.

각 카페마다 사연도 있다. 칠커피는 일곱 칸의 여인숙이 있던 자리를 카페로 바꿨다는 의미다. 명주배롱은 마당에 있는 배롱나무(백일홍나무)향과 커피 향을 널리 보내겠다는 뜻으로 지었다.

이 동네는 청년과 주민들이 스스로 가꿔 나가고 있다. 한때 강릉의 정치 1번지로 불렸던 청탑다방 터, 7가지 행정 사무를 관장했던 칠사당, 옛 화교소학교 등을 거닐면 바닷가에서와는 또다른 커피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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