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한국형 뉴딜 정책, 왜 '올드딜'로 비판 받나

입력 2020-07-19 17:12   수정 2020-07-20 00:34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민보고대회 형식으로 ‘한국형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극복하고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 3년 동안 의욕이 강한 정책일수록 결과가 시원치 않은 상황에서 가장 야심찬 정책인 만큼 효과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뉴딜 정책은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 처방을 말한다.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으로 상징되는 자유방임주의가 더 이상 통하지 않자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부가 직접 나서 총수요를 진작시켜 대공황을 탈피할 수 있었다. 테네시강 유역개발 사업이 대표적인 뉴딜 정책이다.

결과도 좋았다. 1933년 루스벨트 대통령 취임과 함께 시작된 민주당 집권은 1953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에 넘기기까지 무려 20년 동안 지속됐다. 경제이론적으로도 1980년대 초 공급 중시 경제학인 레이거노믹스가 태동하기 전까지 케인지언 경제학이 주류 경제학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뉴딜 정책은 각국이 경기가 어려울 때마다 각양각색으로 포장해 추진했다. 하지만 한국형 뉴딜 정책처럼 공식적으로 ‘뉴딜’이란 명칭을 붙이고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한 경우는 흔치 않았다. 오히려 경기침체 원인과 처방이 대공황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변했기 때문에 같은 총수요 진작책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명칭이 붙여졌다.

한국형 뉴딜 정책이 대공황 당시 뉴딜 정책보다 더 새롭고 획기적인 처방이 들어 있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전제조건이 흐트러지면 ‘올드 딜’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한국형 뉴딜 정책의 핵심인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휴먼 뉴딜은 대공황 당시 뉴딜 정책의 기본 골격을 지금의 시대적 상황에 맞게 포장한 것 외에 새로운 것이 없다.

태생적으로 비상대책인 뉴딜 정책이 성공하려면 포퓰리즘 성향이 배제돼야 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지 못하게 했다. 루스벨트도 자신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치가(statesman)’의 면모를 끝까지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한국형 뉴딜 정책은 초기 단계부터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 컨트롤타워에 민주당 국회의원이 경제부총리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야당 의원도 그렇지만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정치꾼(politician)’이 많다. 한국형 뉴딜 정책이 민주당 20년 집권을 위한 밑그림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25년까지 들어가는 160조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명시적 언급이 없어 비판받는 대목이다. 지난 3년 동안 방만한 재정지출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논쟁이 일고 있는 여건에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은 증세와 적자국채 발행, 그리고 기업을 중심으로 민간을 대거 참여시키는 방안으로 제한된다.

가장 많이 의존할 것으로 보이는 증세 방안은 오히려 한국판 뉴딜 정책을 망칠 수 있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증세로 일관해 우리 기업과 국민은 이미 세 부담을 심하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의 증세는 기업과 국민의 경제 의욕을 꺾어 경기침체와 재정 수입 감소를 초래(래퍼곡선상 세율과 세수 간 역비례 관계인 비표준지대)할 가능성이 높다.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방안도 증세 못지않게 부작용이 우려된다. 적자국채 발행으로 공공지출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소화 과정에서 금리가 올라 민간 수요가 줄어드는 구축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재정지출의 승수 효과는 대공황 당시 3.6배에서 최근에는 1.5배 내외로 크게 떨어졌다.

민간을 참여시키는 방안은 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훨씬 후퇴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보다 재정 사정이 나았던 당시에도 민간이 공공시설을 지으면 정부가 장기간 임차해 사용하는 ‘BTL(build-transfer-lease)’ 방식을 활용해 기업을 포함한 민간의 참여를 유도했다. 한국형 뉴딜 정책은 이것마저도 없다.

현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핵심 과제일수록 효과가 없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뉴딜 정책이 절박한 상황이다. 소득주도성장은 흐지부지됐다. 남북 관계는 출범 전보다 후퇴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부동산 대책은 무려 23번이나 발표됐다. 한국형 뉴딜 정책이 일자리 창출과 경기 진작이라는 본래 목적 외에 장기 집권 등 다른 목적이 결부돼 추진된다면 또 다른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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