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결제망 축출 대비해 위안화 세계화 서두르는 중국

입력 2020-07-20 10:32   수정 2020-07-20 10:36


중국 내부에서 미국의 금융 제재에 대응해 위안화 세계화를 더욱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위안화 사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팡싱하이 중국 증권감독위원회 부주석(차관) 최근 한 금융포럼에서 "위안화 국제화는 향후 외부 금융 압력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회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조우리 전 공산당 국제관계국 부국장은 "달러 관련 위험이 목까지 차올랐다"고 경고했고 황이핑 베이징대 경제학 교수(전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도 "달러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현직 경제 관료들이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을 전후해 잇따라 위안화 세계화가 시급하다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0여개국 중앙은행과 위안화 스왑 계약을 맺고, 위안화 국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위안화 세계화에 노력해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달 초 어느 나라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한 국가와 위안화로 직접 결제할 수 있는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위안화의 글로벌 위상은 아직 낮은 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중 위안화의 비중은 2%다. 달러의 비중이 62%로 여전히 압도적이며 유로가 20.1%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일본 엔(5.7%)과 영국 파운드(4.4%)도 위안화의 두 배를 넘는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4일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행정명령과 홍콩의 자유를 제한하는 중국 당국자와 거래하는 은행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홍콩자치법’에 서명하면서 중국의 위기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이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긴 하지만, 미국이 이른바 '핵 옵션'으로 불리는 중국의 달러화 접근 차단 조치까지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이 가할 수 있는 가장 강도 높은 조치로는 세계 200여개국 은행들이 달러 결제나 송금 시에 활용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미국 중앙은행(Fed)의 자금 이체 시스템인 Fed와이어 등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방안이 꼽힌다.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 있는 SWIFT는 중립적 기관이지만 미국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12년 이란에 했던 금융제재 가운데 핵심이 이란 중앙은행을 SWIFT에서 배제하도록 한 것이었다. 중국과 러시아, 인도는 미국이 금융제재 카드를 내놓을 때마다 3국의 독자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 세계화 전략은 교두보인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으면서 이미 크게 타격을 받은 상황이다. 중국은 외국인 투자 한도 등 제한이 많은 상하이 외환시장(역내시장)과 별도로 2010년 홍콩에 역외시장을 개설했고, 중국 제품 수출 시 홍콩에서 위안화로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등 위안화의 글로벌 유통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미국이 홍콩이 그동안 누려온 무역, 투자, 관세, 환전 등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면서 외국 기업들이 대거 홍콩을 떠나게 되면 홍콩의 위안화 세계화 전진기지 기능도 약화될 전망이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중국이 신흥국에서 벌이는 인프라 건설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서 위안화 거래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과의 탈동조화가 심화되고 있어 상대국들이 위안화 사용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국제정치·경제연구소인 BCA리서치는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감독권을 내려놓거나 경상수지 적자를 감수하면서 수입을 대폭 늘리지 등 전향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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