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 이전·개헌·그린벨트…이렇게 막 던질 이슈인가

입력 2020-07-21 18:11   수정 2020-07-22 00:27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범여권에서 행정수도 이전 주장과 헌법 개정론 등이 터져나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연설에서 “국회, 청와대, 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해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한 데 이어 어제는 청와대 관계자까지 이를 거들고 나섰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 역시 “수도 이전이 필요하다면 개헌까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마침 민주당 출신인 박병석 국회의장도 지난 17일 제헌절 경축사에서 “미래를 열기 위해 개헌이 불가피하다. 내년까지가 개헌의 적기다”라고 주장한 터다. 지난 닷새 사이 행정수도 이전과 개헌 등 굵직한 국가적 아젠다가 여권에서 급부상한 것이다.

여권에서 수도 이전, 개헌과 같은 거대 이슈를 잇따라 제기한 것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등을 돌리는 국민의 눈길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기 위한 정치적 꼼수라는 지적에서부터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정략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때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재미 좀 봤다”고 했던 기억이 생생해서다.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은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違憲) 판정이 났던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마저 일고 있다.

배경이야 어떻든 수도 이전, 개헌과 같은 국가적 아젠다는 폭넓고 깊이 있는 논의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 국민 여론과 전문가 의견 등을 충분히 수렴하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다. 여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제기하고 밀어붙여서도, 일단 던졌다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버려서도 안 될 사안이다. 최근 백지화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처럼 일회성 아젠다가 돼선 안 된다는 뜻이다. 그로 인한 소모적 논쟁 등 사회적 비용을 치를 만큼 우리는 한가하지 않다. 코로나 사태와 경제위기 극복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도 시간과 자원이 모자랄 판이다.

수도 이전과 개헌은 국민적 합의와 동의가 없으면 성사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임기가 후반기로 접어든 현 정부에서 추진하기엔 버거운 이슈이기도 하다.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얘기다. 여권의 수도 이전과 개헌론이 진정성 없는 선거용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다. 만약 여당이 수도 이전과 개헌을 반드시 추진할 의지가 있다면 차라리 2022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뜻을 묻는 것이 합당하다. 그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고 국가 장래를 위해서도 건설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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