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잔혹사…포스코, 사상 첫 분기 적자

입력 2020-07-21 17:34   수정 2020-10-05 18:38


포스코가 2분기 사상 첫 영업적자라는 충격적인 실적을 21일 발표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꿋꿋하게 흑자를 기록하며 ‘강철 기업’이라는 찬사를 들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은 이겨내지 못했다.

포스코는 올해 2분기 별도 기준으로 매출 5조8848억원, 영업적자 108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포스코가 2000년 별도 기준 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영업적자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2분기 724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회사 관계자는 “분기 실적을 공개하기 이전에도 적자를 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1968년 포스코 창사 이후 첫 분기 적자라는 설명이다.

자회사 실적을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도 ‘어닝 쇼크’다. 포스코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6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3% 급감했다. 매출은 13조7216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5.9% 감소했다. 이 역시 연결 실적을 발표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악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2분기 영업이익 1344억원) 등 자회사들이 선방한 덕분에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의 어닝쇼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의 철강 수요 감소 때문이다. 김영중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자동차산업 부진이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포스코는 감산에 들어가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바오산강철 등 중국 철강업체들은 되레 생산량을 늘리며 ‘치킨게임’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를 시작으로 자동차, 정유·화학 등 주요 제조업체의 어닝쇼크가 잇따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1분기 최악의 실적을 냈던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2분기에도 영업손실 규모가 1조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마저…수요 절벽에 중국發 치킨게임 덮치자 '녹다운'
세계 철강회사 중 가장 수익성이 뛰어난 기업이라는 찬사와 함께 ‘강철기업’으로 불리던 포스코도 ‘코로나 충격’을 버텨내지 못했다. 포스코가 21일 2분기 사상 첫 분기 적자라는 실적을 공개하자 산업계도 적잖은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적 악화를 예상했지만 적자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수요 부진에 철광석 가격은 폭등
포스코 어닝쇼크의 1차 원인은 자동차산업 부진에 있다. 자동차업계는 포스코 철강재 생산량의 30%를 소비하는 최대 수요처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8700만 대에 달했던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올해 7000만 대 초반으로 약 2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동량이 줄면서 선박 발주까지 줄었고, 선박용 후판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유정용 강관도 국제 유가 급락으로 재고가 쌓였다.

철강값은 떨어지는데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만 급등하면서 회사 수익을 좌우하는 스프레드(제품과 원자재 가격 차이)가 악화했다. 철광석 가격은 석 달 새 약 40% 급등해 t당 11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예년보다 30~40달러 높은 수준이다. 철광석 가격 강세는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과 호주의 광산들이 코로나19로 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도 철광석 가격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통상 철광석 가격이 오르면 포스코 실적도 같이 개선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포스코 고위관계자는 “중국 철강업체들은 포스코와 달리 철근 등 건설자재가 주력”이라며 “자동차 강판의 시황은 개선되지 않았는데 중저가 제품과 원재료 값만 오르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철강회사들의 실적도 악화 일로다. 미국 US스틸은 지난 1분기 8600만달러(약 10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4분기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현대제철은 올해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셀로미탈(유럽) 일본제철(일본) 등은 줄줄이 감산에 들어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감산에 들어간 포스코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포항 1고로를 내년에 폐쇄할 예정이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스전·2차전지 소재로 돌파구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철강 외 사업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안이다. 코로나19 영향을 차치하더라도 이미 철강산업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만큼 철강만 고집해서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는 이날 “포스코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의 판매 호조, 포스코건설의 건축 및 플랜트사업 이익 개선, 포스코에너지의 터미널사업 확장 등 자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여 철강부문 부진을 만회했다”고 밝혔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분기 영업이익이 1344억원으로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미얀마 가스전 외에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사업을 다각화한 결과다.

전기차 배터리의 양대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포스코케미칼은 전기차 시장과 함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2분기 영업이익은 160억원에 그쳤지만 수년 내 포스코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포스코는 경영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재무 상황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의 부채 비율은 26.9%로 전분기 대비 1.4%포인트 감소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BBB+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선제적 자금 조달과 현금유동성 확보로 글로벌 철강사 중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3분기부터 철강 시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는 차 강판 중심의 냉연, 도금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영중 포스코 마케팅실장은 “철강 가격이 지난 4월 저점을 형성한 뒤 6월부터 반등하고 있다”며 “중국의 경기부양과 철강 수요 회복이 세계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출 제품 가격은 이미 t당 20~30달러 인상했고, 국내에서도 자동차 등 수요산업을 상대로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자동차업계도 ‘내 코가 석 자’라는 입장이라 가격 인상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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