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행정수도…범여권서도 "국면 전환용" 비판

입력 2020-07-22 17:35   수정 2020-10-05 18:42


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범여권에서조차 ‘부동산 민심 전환용’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는 한편 미래통합당 등 야당 일각에서 찬성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국가적 대사이기 때문에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정부가 ‘땜질식’ 부동산 대책을 남발하고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무책임하게 행정수도 이전을 거론한다”며 “정부와 여당은 지금의 부동산 실책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이것을 부동산 정책 수단으로 보면 이전 예정지의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일부 통합당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 의견을 냈다.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은 SNS에 “우리 당이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론을 왜 반대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민주당의 국면 전환용이라는 이유로 일축한다면 결국 손해 보는 쪽은 우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도 “행정수도를 완성하자는 방향성에 동의한다”며 “근본적으로 세종시를 완성하려면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국면전환용이든, 균형발전 목적이든…與엔 '꽃놀이패'
“주식시장의 서킷브레이커처럼 급락하는 지지율을 떠받치기 위한 응급조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여권의 행정수도 이전 주장을 두고 진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친여 시민단체와 여권 대선주자 사이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이 ‘부동산 민심 전환용’으로 논의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면 전환용일 뿐만 아니라 여권이 충청권 등 지방 표심을 얻고 향후 개헌 명분까지 쌓으려는 다중 포석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문재인 정부 들어 진보인사 일색으로 구성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 ‘편 가르기’로 부동산 시장 국면 전환
야당은 물론 진보진영 내에서도 ‘즉흥적인’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이날 SNS에 “무슨 국정운영을 록밴드의 기타리스트가 애드리브 치듯이 하느냐”며 “수도권 집값 잡는 데 정말 행정수도 이전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면 집권 초부터 수미일관하게 추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 민심 전환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가 대사인 행정수도 이전을 정략적으로 논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여권의 전형적인 ‘편 가르기식’ 논란 유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부동산 문제는 정부 실정이 부각되면서 ‘무주택자 대 유주택자’ 간 대결구도로 몰고 가는 것이 한계에 부딪혔다”며 “수도권 대 비수도권으로 새로운 편 가르기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2) 노무현 유지 승계
여권 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려는 기조도 행정수도 이전 제안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16대 대선에서 선거일 직전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꺼내들었다. 노 전 대통령이 당선 후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재미 좀 봤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 “행정수도 이전 실패가 노 대통령께는 좌절의 시발점이었다”며 “노 대통령의 뜻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데 대해 김태년 원내대표와 저의 의지는 일치한다”고 밝혔다. 여권의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지사는 전날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은 노무현 대통령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3) 유리해진 헌재 상황…개헌 재추진 명분도
헌법재판관이 과거에 비해 여권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것도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촉발한 배경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들어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이 새로 임명됐다. 유남석 헌재소장을 비롯해 새로 임명된 재판관 다수가 우리법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출신의 진보성향 인사로 분류된다.

김 원내대표가 전날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2004년의 법적 판단이 영구불변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헌법재판관 구성을 의식한 발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개헌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 직접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박 의장이 지난 17일 제헌절 기념식에서 다시 개헌론을 꺼내든 뒤 여권에서는 ‘토지 공개념 도입’ 등 주장까지 나왔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좌절된 사회주의적 개헌을 다시 시도할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 충청 등 지방 표심 흡수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표계산으로도 ‘남는 장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수도권에서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9%는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34.3%에 그쳤다.

광주·호남(68.8%), 대전·세종·충청(66.1%), 부산·울산·경남(59.6%) 등 비수도권의 찬성 의견이 많았다. 수도권인 경기·인천(53.0%)에서도 찬성 의견이 과반이었다. 다만 서울은 찬성이 42.5%, 반대가 45.1%였고 미래통합당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도 찬성 46.4%, 반대 45.7%로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5) ‘국토 균형발전’은 변함없는 명분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도 행정수도 이전 논의의 이점으로 꼽힌다.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해법은 행정수도”라고 주장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황태선 정치평론가는 “세종시가 들어서고 지방에 각종 혁신도시가 생기면서 풀린 보상금이 결국 다시 수도권 부동산으로 몰렸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큰 그림을 그리는 구상 없는 단기 처방은 균형발전 측면에서 오히려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임도원/김소현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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