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생생헬스]코로나로 암 환자도 줄어, 검진 미루면 질환 악화 위험

입력 2020-07-24 14:45   수정 2020-07-24 15:0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국내 질환 유형까지 바꾸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면서 손씻기, 마스크쓰기 등 감염 예방 수칙을 지키는 사람이 늘면서 매년 유행하던 감염성 질환을 크게 줄었다. 홍역은 지난해에 비해 96%까지 환자가 급감했다.

암 환자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보다 20% 넘게 환자가 급감했는데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피해 건강검진을 잘 받지 않다보니 환자가 줄어든 것으로 추산했다. 자칫 증상이 심해진 뒤 병원을 찾을 위험이 높아 검진을 잘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바뀐 질환 유형 등에 대해 알아봤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암 환자도 줄어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만남과 외출을 줄이는 사람이 많아졌다. 사람 간 감염되는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오프라인 만남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아프면 쉽게 가던 병원이 코로나19 유행의 또다른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면서 병원 방문을 꺼리는 사람들도 많다. 이 때문에 당뇨, 고혈압 등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만성질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고 질환을 관리하지 않으면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치매 환자들은 주야간 보호센터 등이 문을 닫아 제대로 된 케어를 받는 것이 힘들어졌다. 최근 대한치매학회는 이들을 위한 일상행동 수칙도 내놨다. 코로나19 유행 전 보호센터 등을 갈 때처럼 시간표를 짜서 일정한 일과를 유지하고 적절한 실내 활동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가까운 이들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하는 것도 치매 환자들이 지켜야 할 수칙이다.

이런 만성질환 뿐 아니라 암 환자도 줄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대림성모병원 의료진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위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간암, 유방암 산정특례 건수를 분석했더니 올해 3~5월 1만8877건으로 지난해 2만4023건에 비해 5146건(21.4%) 정도 줄었다.

병원에서 환자가 암 진단을 받으면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산정특례 신청을 한다. 이 숫자가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암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신규 암 환자가 줄었다는 의미다.
위암 환자 감소폭이 가장 커
이들 5대 암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도록 국가암 검진사업에 포함된 암이다. 유방암은 매년 발병률이 늘고 있다. 위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간암은 발병률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감소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갑자기 암 환자가 급감할 만한 요인이 없기 때문에 의료진은 검진을 받지 않아 병원을 찾는 암 환자가 크게 줄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산정특례 건수로 본 위암 환자는 지난해 3~5월 6823명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4735명이었다. 30.6% 줄었다. 대장암은 6765명에서 5325명으로 21.3% 감소했다.

자궁경부암은 846명에서 632명, 간암은 3800명에서 3276명, 유방암은 5789명에서 4909명으로 줄었다. 자궁경부암은 25.3%, 간암은 13.8%, 유방암은 15.2% 환자가 감소했다.

암은 발견 시기에 따라 생존율이 크게 달라진다.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했던 올해 3~5월 국내 5대암 환자가 줄어든 것은 그만큼 암 환자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실제 이 병원에서 실제 검진율이 얼마나 줄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5대 암 검진 건수를 분석했더니 올해 2~5월 5대 암 검진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2.8% 줄었다.

김성원 대림성모병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검진율 감소는 전국의 모든 병원이 체감하고 있을 것"이라며 "암 검진을 늦추면 진단이 늦어져 암이 전이돼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했다. 검진 대상자는 제때 검진을 받고 암 증상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눈에 띄게 줄어든 감염병
모두를 힘들게 하는 코로나19 유행이지만 도움이 되는 일도 있다. 손을 잘 씻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등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다른 감염병은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홍역 환자는 6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9명에 비해 96%나 뚝 떨어졌다. 홍역은 전파력이 상당히 높은 바이러스성 감염병이다. 결핵, 수두와 함께 공기로도 감염되는 질환으로 알려졌다.

세균이 호흡기를 통해 들어가 감염되는 백일해 환자는 지난해 상반기 232명에서 올해 106명으로 54% 줄었다. 급성 발열성 세균 감염병인 성홍열은 같은기간 4227명에서 1784명으로 58% 줄었다.

항상 마스크를 써 공기 감염이 차단되는 데다 손을 씻고 개인 간 만남을 줄인 것이 감염병 발생률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했다. 아이들의 단체생활이 줄어든 것도 감염병 감소에 영향을 줬다.

어린이집, 초등학교 등에서 주로 유행하는 수두 환자는 지난해 상반기 4418명에서 올해 상반기 2019명으로 54%, 볼거리로 불리는 유행성이하선염 환자는 8868명서 5656명으로 36% 줄었다. 아이들의 등교 개학이 연기돼 단체 생활이 줄었기 때문에 이들 감염병도 함께 줄었다.
해외여행 멈추자 이질 장티푸스 감소
코로나19로 국가 간 왕래가 어려워진 것도 감염병 유행 패턴을 바꿨다. 세균성이질은 올해 상반기 환자가 37명으로 지난해 67명보다 45% 줄었다. 장티푸스는 66명에서 55명으로 17% 줄었다.

지난해 세균성 이질은 인도,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과 아프리카를 다녀온 사람을 통해 국내에 많이 유입됐다. 장티푸스는 라오스를 통해 주로 유입됐다.

국가별 해외유입 감염병 유입 건수도 올해에는 뚝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필리핀에서 국내로 입국한 뒤 뎅기열, 세균성이질, 홍역 등 감염병 치료를 받은 사람이 177명이었지만 올해는 상반기 기준 25명으로 줄었다.

베트남을 다녀온 뒤 감염병 증상을 호소한 환자는 지난해 한 해동안 149명이었지만 올해는 산반기까지 14명에 불과하다. 물론 코로나19 유입 환자는 제외한 수치다.

하지만 모든 감염병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식중독인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환자는 안산 유치원 집단감염이 확인되면서 지난해 상반기 49명에서 올해 167명으로 2.4배 늘었다.

참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도 지난해 상반기 46명에서 올해 57명으로 24% 증가했다. 50대 이상 장년층이 충남·경남지역에서 등산, 나물채취, 농작업 등 야외활동을 한 뒤 주로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기 위해 사람이 많은 도심을 벗어나 인적이 드문 산 등을 찾는 시간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이들 감염병 위험은 더 높아지는 셈이다.

손씻기, 개인위생수칙 준수, 사회적 거리두기 뿐 아니라 음식 익혀 먹기, 물 끓여 마시기 등의 식중독 예방수칙도 잘 지켜야 한다. 진드기에 물려 감염되는 질환을 막기 위해서는 야외 활동을 할 때 밝은 색 긴 옷을 입어 노출부위를 줄이는 것이 좋다. 기피제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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