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 방역비 10억도 안되겠니…혼돈의 '미스터트롯' 콘서트

입력 2020-07-25 09:01   수정 2020-07-25 09:33



대규모 오프라인 콘서트는 언제쯤 재개될 수 있을까. 그 시작이 될 것으로 보였던 '내일은 미스터트롯' 감사 콘서트(이하 '미스터트롯' 콘서트)가 결국 첫주 공연을 잠정 연기하게 됐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한다는 조건 하에 개최 승인이 났으나 공연을 3일 앞둔 상황에서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지자체와 제작사가 입장 차를 보이면서 애꿎은 예매자들과 출연 아티스트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양측의 소통, 위기 대응, 대책 마련 등 여러 부분에서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 "취소될 것"vs"집합금지 명령 들은 적 없어"
송파구청은 지난 21일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 관리하는 공공시설 내 대규모(5000석) 이상 공연의 집합금지를 명령했다. 해당 행정명령으로 당장 돌아오는 주말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의 공연을 앞두고 있었던 '미스터트롯' 콘서트의 개최 여부에 이목이 쏠렸다. 24일 개막 예정이었던 이 공연은 회차 당 5200석을 오픈했다. 송파구청의 처분 기준 '5000석 이상'을 초과한다.

송파구청 측은 "집합금지 행정명령 내용을 공연장 측에도 전달한 상태"라며 "'미스터트롯' 콘서트는 취소될 것"이라고 했지만, '미스터트롯' 제작사 측 입장은 달랐다. 제작사 쇼플레이는 당일 "집합금지 명령을 받은 적이 없다. 현재 4일째 셋업을 하고 있으며 내일부터 리허설을 할 예정이다"고 못 박았다.

재차 송파구청에 확인하자 "강제할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최종 결정 내용에 대해서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문의하라"고 했다. 그러나 공단 측은 언론 담당자가 휴가 중이라 당일 확인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고, 이후 한국체육산업개발주식회사 공연사업팀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다. 이 관계자는 "공연 개최 여부와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송파구로부터 집합금지 명령을 받아 공연 기획사 측에 통지한 상태다"고 말했다. 반면 이때까지도 제작사 측은 "명령받은 게 없다"고 일축했다.
◆ '무한 대기' 예매자·출연 가수들…우린 어찌하오리까

양측이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이면서 묘한 기싸움을 벌이자 혼란스러워진 것은 콘서트 예매자들과 출연 아티스트들이었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 회차 전석 매진을 공연한 '미스터트롯' 콘서트였고, 개최까지 단 3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부모님께 효도 선물 차 예매를 했다는 이들부터 타 지역에서 올라가야 한다며 걱정을 드러내는 이들까지 온라인상에서는 걱정을 표하는 예매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는 출연 가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JTBC '팬텀싱어3' 콘서트가 송파구청의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명령에 당일 취소를 공지한 반면, '미스터트롯' 콘서트 제작사는 리허설을 할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보였던 바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당시 한 소속사 관계자는 "그래서 한다는 건지, 안 한다는 건지 또 할 수 있기는 한 것인지 헷갈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날 저녁 제작사 측은 "행정명령을 받았다. 내부 논의 중에 있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예매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지는 나오지 않았다. 다음 날인 22일 오전 리허설이 취소됐다는 입장을 추가로 전하면서도 예매자 공지는 '아직'이었다. 지자체와 공연 제작사 간 소통이 답답함을 키웠다면, 티켓을 예매한 관객과 출연 가수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점은 상당한 아쉬움을 남겼다. 송파구청의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행정명령 공고' 이후에도 "직접 명령문을 받지 못했다"며 추가적인 확인에 앞서 공연 강행 의지부터 먼저 내보인 제작사의 태도 역시 예매자와 아티스트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지자체 역시 공연 개최를 승인해놓고 돌연 방침을 변경, 통지한 것은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형 공연의 특성과 국내 제작사들의 영세한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대, 음향, 조명을 비롯한 모든 공연 준비가 완료돼 리허설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미스터트롯' 콘서트 측은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혹스럽다"며 하소연했다.
◆ "방역비 10억" 제작사의 눈물, 보상 가능성은?
'미스터트롯' 콘서트 측이 오픈한 좌석은 회차 당 5200석. KSPO돔의 규모가 1만5000석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가용 좌석의 3분의 1 수준만 판매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인 '좌석 간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함이었다. 제작사는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좌석 간 거리두기', 체온 측정, 문진표 작성, 마스크 착용 등 정부에서 권고하는 방역 지침을 기본적으로 지키며, 관할 구청 및 공연장에서 추가로 요청하는 방역수칙을 보완하고 관계 기관 등에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문의하며 공연을 준비해오고 있었다"며 "총 방역비용으로만 10억이 넘는 금액을 투입했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제작사는 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정연덕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손실보상과 손해배상을 구분해야 한다. 손해배상은 잘못한 행위로 인한 손해가 생겼을 때, 즉 불법에 의한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고 손실보상은 적법한 행위를 했는데 손해가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면서 "감염병은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라 손해배상은 어렵고, 손실보상을 요구하게 되는데 이 또한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견해가 갈린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정 교수는 "손실보상은 보통 재개발이나 토지 수용 등에 보상 규정이 있다. 그러나 감염병의 경우 유흥업소 등 집합금지 명령이 떨어진 곳들이 많았는데 그에 대한 보상을 하라는 조항은 없다. 콘서트도 똑같이 보상 규정이 없는 상태다"라면서 "감염병과 관련해서는 급박하면 사전 통지 상관없이 명령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행정심판 과정을 거쳐도 3~6개월은 지나야 결과가 나올 테니 당장 공연은 연기가 됐으니 의미가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고 밝혔다.
◆ 뮤지컬은 되고, 콘서트는 안된다고?
'미스터트롯' 콘서트가 연기된 후 한차례 또 논란이 됐던 것은 '형평성' 문제였다.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당일 송파구청장이 직원 150명과 뮤지컬 단체 관람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송파구에 위치한 해당 공연장은 1200석 규모의 민간 극장으로, '좌석 간 거리두기' 의무가 없다. 이에 '내로남불'식이라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 여론이 생겨났다. 반면 공연의 특성에 따른 위험도의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뮤지컬이나 연극·오페라 등 말을 하지 않고, 정면을 응시하며 관람하는 것과 콘서트는 분명 차이가 있다"며 "콘서트는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 때문에 침방울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너무 크게 소리를 질러 마스크가 제대로 착용되지 않거나, 더워서 중간에 벗는 경우도 고려해 공연을 해야 한다. 또 어른들이 많이 가는 콘서트라면 그에 따른 방역대책 구성도 짜야한다"고 밝혔다.


원래대로라면 '피켓팅(피가 튀는 전쟁 같은 티켓팅)에 성공한 '미스터트롯' 팬들은 지금 KSPO돔 좌석에 앉아 트롯맨들을 기다리고 있어야 맞다. 사전 승인을 바탕으로 방역수칙을 지켰던 제작사는 "영세한 공연기획사가 감당해야 할 제작비용 수십억 원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은 물론이고, 공연을 기다려온 팬들의 사회적 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러한 문제들을 깊이 있게 논의하지 않은 채 공연 3일 전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처사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전 국민적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문화행정의 여러가지 허점들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미스터트롯' 콘서트 개최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아이돌 콘서트는 안 되는데, 트로트 콘서트는 왜 되느냐"라는 일각의 불만이 제기됐던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역으로 "'미스터트롯' 콘서트는 안 되는데, 뮤지컬은 왜 되느냐"는 역반발이 일어났다. 끊이지 않는 공연계의 '내로남불' 지적은 결국 명확하고 체계적인 기준이 정립되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단적인 사례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 속 번복과 충돌, 갈등과 피해를 축소하기 위한 적절한 대안 마련과 함께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지원 기준의 설정이 시급하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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