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세심판원, 지자체 이중과세 '제동'

입력 2020-07-28 17:38   수정 2020-10-05 15:54

기업이 외국에서 번 돈에 대해 외국 정부에 세금을 냈는데도 지방자치단체가 또다시 세금을 징수한 것은 잘못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지자체들이 세금을 잘못 거둬 기업에 돌려줘야 하는 금액은 4300억원에 이른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조세심판원은 A사가 지난해 9월 외국에 납부한 세액을 법인지방소득세에서 공제하지 않은 부산 동구 등 7개 지자체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경정청구를 최근 받아들였다. 조세심판원은 “외국 납부세액을 인정하지 않고 세금을 부과한 것은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며 “계류돼 있는 370여 건의 사건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세심판원의 이번 결정으로 기업들은 2015~2019년 이중과세 당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행정안전부는 법인지방소득세 환급액을 43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제동 걸린 지자체의 '엉터리 징세'
정부는 기업으로부터 법인세를 거둘 때 기업이 외국에 납부한 세금을 빼준다. ‘외국납부세액공제’라는 제도를 통해서다. 기업들이 해당 국가에서 이미 세금을 낸 만큼 이중과세를 막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기업이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법인지방소득세는 다르다. 별도의 외국납부세액공제가 없다. 이 때문에 기업은 외국에서 번 돈에 대해 외국 정부에도 세금을 내고 한국 지자체에 또 세금을 납부해야 했다. 기업이 이익의 0.10~0.25%만큼 지자체에 직접 법인지방소득세를 납부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 생긴 일이다. 기업들은 2013년까지는 법인세와 법인세의 10%에 해당하는 주민세를 내왔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2014년부터 제도가 바뀌어 지방세에 외국납부세액공제가 빠지면서 기업들은 크게 반발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해외 사업 비중이 큰 기업들이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8년 6월 “법인지방소득세를 과세한 지자체의 처분이 공평한 과세원칙에 반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4개월 뒤 원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본지 2019년 9월 30일자 A1, 4면 참조

그러나 지자체들은 세금 환급을 거부했다. 법원이 “세금을 돌려주라”는 명시적인 처분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방세법에 외국납부세액에 대한 공제 조항이 없다는 법적 허점도 문제삼았다. 이 때문에 세수가 급감할 것을 염려해 ‘버틸 때까지 버텨보자’는 심리가 전국 지자체로 확산됐다. 특히 대기업이 몰려 있는 경기 수원시와 화성시, 용인시에서 심했다.

속앓이를 하던 기업들은 지난해 9월 국무조정실 산하 조세심판원에 경정청구를 제기했다. 조세심판원 경정청구는 위법하거나 부당한 조세 처분을 받은 납세자가 심판을 요청하는 제도다. 조세심판원은 10개월가량 심리한 뒤 지자체의 이중과세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같은 이유로 경정청구를 한 370건에 대해서도 동일한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조세심판원은 결정문에서 “법인세와 달리 외국납부세액 공제제도가 없는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외국납부세액 소득공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납세액을 비용으로 인정해 소득공제 해주는 방식으로 지자체의 ‘엉터리 징세’ 논란을 없애야 한다는 업계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조세심판원 결정에 따라 전국 지자체들은 법인지방소득세를 낸 기업들에 4300억원가량을 돌려줘야 한다.

지방세법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도 바빠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세금 환급 등 여러 문제를 고려해 다음달 지방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인설/황정수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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