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거꾸로 가는 검찰개혁위원회

입력 2020-07-28 17:55   수정 2020-07-29 00:16

검찰총장의 2년 임기를 보장하는 제도는 1988년 도입됐다. 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강삼재·김덕룡·김정길·이기택 등 민주화운동가 출신 국회의원들이 검찰청법 개정안의 제안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선 ‘검찰직무의 독립성 보장’과 ‘검찰 조직의 민주화 도모’ 등이 개정안을 제안하는 이유로 제시됐다. 법무부도 동의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정권이 입맛에 맞지 않는 검찰총장을 쫓아낼 수 없도록 해 정치 외풍을 차단하려는 취지였다”며 “민주화운동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30여 년이 흐른 현재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검찰개혁을 위해 생겨난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앞장섰다. 위원회는 지난 27일 구체적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대신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지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개혁위의 권고가 관철되면 검찰총장은 “요새 보이스피싱 피해가 심각하니 단속을 강화하라”는 식의 일반적 수사지휘만 할 수 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 및 영장 청구, 기소 여부 등에 관한 구체적 수사지휘 권한은 전국 6개 고검장이 나눠 갖는다. 법무부 장관은 고검장들에게 구체적 수사지휘를 할 수 있다.

법조계에선 당연히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훼손된다고 지적한다. 검찰이 현 정권의 비위 의혹을 수사하는 경우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지휘를 하는 현 제도 아래에선 적어도 임기가 보장된 2년 동안 수사를 이어갈 수 있다. 물론 고검장도 검찰총장 못지않게 각종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수사를 밀어붙일 수 있다. 하지만 고검장은 임기가 없다.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법무부 장관이 고검장을 교체해 버리면 그만이다. 개혁위는 더구나 검사 보직을 정하는 과정에서 검찰총장의 영향력을 줄이고 법무부 장관의 입김을 높이는 방안도 권고했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취지를 완전히 무력화하려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법조계에서는 개혁위의 권고안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검찰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 수사를 정권의 도구로 이용했던 대통령의 인사권과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에 대한 개혁이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행정부서인 법무부가 수사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준사법기관으로서 검찰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을 무력화해 힘을 뺏는 게 아니라 권력에 대한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진짜 검찰개혁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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