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관심 이제 자동차로…돈 되는 차량용 반도체

입력 2020-07-30 07:41   수정 2020-07-30 08:10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자동차 분야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성장은 정체되고 있는 반면 차량용 시장은 가파르게 크고 있어서다.

29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전장(전자기기) 시장 전체 규모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7.4%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오는 2024년에는 약 477조7600억원(400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삼성전자가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1500억달러 예상)을 2배 이상 뛰어넘는 규모다.
'성장 쑥쑥' 차량용 반도체 눈독 들이는 삼성
차량용 반도체는 메모리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등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삼성전자가 공략하는 핵심 제품군 중 하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각종 회의 때 자사 반도체 임원들에게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 대해 꼼꼼히 물어본다는 후문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차량을 작동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파워트레인(엔진 변속기 등 동력전달체계)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여기엔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비롯해 메모리, 카메라, 각종 센서 등이 함께 활용된다.

삼성전자는 2018년 자동차용 반도체 프로세서 브랜드 '엑시노스 오토'와 이미지 센서 브랜드 '아이소셀 오토'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모바일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량에 최적화된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포부였다. 엑시노스 오토 제품군의 경우 △V시리즈(인포테인먼트 시스템) △A시리즈(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T시리즈(텔레매틱스 시스템) 등 3개로 나뉜다.

성과도 이어졌다. 인포테인먼트시스템용 AP인 삼성 '엑시노스 오토 V9'은 출시 3개월만인 지난해 1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채택됐다. 같은 해 4월 출시된 테슬라 자율주행 도구 '하드웨어(HW)3'에도 삼성 엑시노스 칩셋이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이 최근 자체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엑시노스 오토의 경쟁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GPU는 단순한 계산을 동시에 처리해 방대한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삼성은 자율주행의 핵심인 ADAS용 반도체 시장을 위한 A시리즈 개발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방위적인 기술력으로 전장 부품 경쟁력 확보
삼성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미래 자동차'라 불리는 '스마트카'에 탑재되는 전장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글로벌 자동차 전장업체 1위 하만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전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래 자동차를 구현하기 위해선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과 이를 연결하는 5세대(5G) 이동통신, 그리고 이런 것들이 가능하게 만드는 고도화된 기술로 제작된 반도체와 전장 장비가 필요하다. 미래 자동차는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전자기기이자 활동공간으로 이용되기 때문이라서다. 안전하고 완벽하게 주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삼성은 기초 소재인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부터 눈에 보이는 디스플레이는 물론 최상단에 위치한 미래 차량용 반도체까지 전방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2018년 삼성전자가 AI와 5G, 전장부품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점찍고 준비해온 결과다.

자동차를 제외한 '자율주행 플랫폼'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춘 삼성은 벌써부터 '초격차' 준비에 나서고 있다. 자율주행의 핵심인 통신 시장에선 삼성은 하만과 협업해 전장업계 최초로 5G 이동통신 기반 텔레매틱스 솔루션을 개발하며 앞서갔다. 5G가 깊게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인 지금부터 차세대 이동통신인 6G 선점에 나선 것도 우연이 아니다.

반도체 전장부품에서도 속도를 낸다. 지난 2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화성 극자외선(EUV) 전용 'V1' 라인에서 내년에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공정을 건너뛰고 5나노 기반의 자동차용 파운드리 플랫폼을 도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재·부품 사업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부품에 필요한 만큼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전자부품이다.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전장용 MLCC는 최근 전기차·자율주행차 확산과 차량용 전장부품 수요 증가에 따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이 부회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두 차례의 회동을 가진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아직은 미비한 삼성 존재감…인수합병설도 솔솔
현재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네덜란드의 NXP, 일본의 르네사스, 독일의 인피니온이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113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끊이지 않는다.

자동차와 무관한 전자업체들의 진입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문제다. 자동차가 스마트폰처럼 디지털화하자 글로벌 전자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어서다.

대표적인 게 일본의 소니다. 소니는 최근 차세대 전기차 시제품 '비전-S'를 공개했다. 해당 차량은 고정형 라이다, CMOS 이미지센서, 비행기거리측정(ToF) 등 33개의 센서가 탑재돼 야간, 우천 등 어떤 환경에서도 주변상황을 정확하게 인식이 가능하다. 360도 방향에서 음향이 흘러나오는 오디오 등 자사의 주력 사업인 엔터테인먼트 기술도 동원됐다.

소니가 이 같은 전기차 시제품을 공개했지만 그렇다고 전기차 양산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아니다. 니혼게이자신문은 "소니가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팔지도 않을 전기차를 만들고, 홍보하는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자동차에 들어가는 센서를 부각시키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CMOS 이미지 센서 시장과 달리 자동차용 센서 시장에서 점유율이 8.6%로 3위에 그치는 상황에서 오는 2025년까지 30%로 늘린다는 목표를 밝힌 소니가 비전-S를 공개한 것 역시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에 자동차용 센서를 판매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설명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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