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확보 못해서"…비상 걸린 삼성·SK하이닉스의 초격차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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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7-29 17:28   수정 2020-07-30 08:58

"물 확보 못해서"…비상 걸린 삼성·SK하이닉스의 초격차 전략


요즘 경기 평택시 공무원들의 1번 과제는 ‘공업용수 확보’다. 삼성전자가 최근 “2025년부터 하루에 물 25만t을 추가로 공급해달라”고 요청해서다. 물 추가 조달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원(水源)을 확보하더라도 평택까지 물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집단민원 등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삼성전자에 공급 중인 물 22만t을 확보하는 데도 10년이 걸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때아닌 ‘물 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반도체 초격차 유지를 위해 경기 평택, 용인 등지에 새 공장을 짓고 있지만 공장 가동에 필수적인 수십만t 규모의 물을 끌어오는 게 쉽지 않아서다.
반도체 공장에 하루 물 20만t 필요
2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요 생산 공장은 하루 10만t 이상의 공업용수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기흥·화성 사업장엔 16만t, SK하이닉스 청주 M15엔 15만t, M16 공장을 짓고 있는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엔 총 23만t이 필요하다. 착공 예정인 삼성전자 평택 4~6기는 하루 25만t, SK하이닉스 용인클러스터엔 하루 26만t이 들어갈 예정이다.

하루 수십만t의 공업용수가 필요한 건 대부분의 반도체 생산 공정에 물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체들은 공업용수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초순수(ultrapure water)’를 공정에 투입한다. 초순수는 웨이퍼와 반도체를 씻는 세정이나 웨이퍼를 깎는 식각 공정에 활용된다. 고도로 정제된 물을 쓰는 건 반도체가 ‘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단위의 불순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율(생산품 중 양품 비율)을 높이는 데 깨끗한 물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전력만큼 중요한 ‘물 조달’
반도체 기업들은 공장 신설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전력 공급과 함께 물 조달 방안을 가장 중요하게 다룬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삼성전자가 평택시에 필요시점(2025년) 5~6년 전부터 “물 추가 공급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수원 확보와 배수관 건설 과정에서 손실보상 요구가 발생하고 사업시행 등 행정 절차에만 길게는 5년 이상이 걸린다. 하천과 공장 사이에 있는 지방자치단체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까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불쑥 튀어나올 수 있다. 삼성은 지난해 3월 불과 1.5㎞ 떨어진 경기 서안성변전소에서 평택 고덕산업단지까지 송전선로를 건설하고 전력을 끌어오는 데도 주민 반발 등의 이유로 5년을 허비했다.

경기 용인 원삼면 일대 448만㎡(약 135만 평) 부지에 120조원을 들여 4개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확정한 SK하이닉스도 ‘물 전쟁’을 치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용인시는 물 확보 방안 중 하나로 하루 26만t 규모 공업용수를 팔당상수원에서 하남을 거쳐 용인까지 끌어오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하남시로부터 공식 반대 의견을 받았다. 주변 지자체와 주민들의 거센 반대가 원인이다.

첨단 정화시설을 거쳐 사용된 물을 버리는 것도 쉽지 않다. SK 측은 “방류수가 흘러드는 하천은 천연기념물 수달이 서식할 정도로 1급수와 다름없다”고 강조했지만 주민들은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용인공장의 방류수를 안성천에 보낼 계획이었지만 안성시민들의 반대로 확정을 못 짓고 있다.
정수장 건설비까지 기업 부담
삼성전자의 요청을 받은 평택시도 주변 지자체의 민원 가능성 등을 걱정하고 있다. 평택시는 약 100㎞ 떨어진 충주댐에서 물을 가져오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10조원 규모 공사비와 충북 음성, 경기 안성 등 송수관을 매설해야 하는 지자체의 반대 가능성 때문에 계획을 접었다. 대신 인근 오성강 하천 주변에 약 5500억원을 들여 정수장을 짓는 방안을 유력하게 논의 중이다. 평택시는 삼성전자에서 공사 비용을 받은 뒤 사후에 물값으로 정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정수장 완공 시점이 2027년으로 예상되는 점은 해결 과제로 꼽힌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6공장 준공 스케줄이 2년 정도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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