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두달이면 끝인데 깜깜 무소식...안효준 국민연금 CIO 연임에 업계 ‘촉각’

입력 2020-07-31 09:41   수정 2020-07-31 10:52

≪이 기사는 07월30일(06:5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7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의 운용을 책임지는 안효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CIO)의 임기 만료가 2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연임 여부에 투자업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임기 만료가 코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7개월 째 국민연금 이사장이 임명되지 않는 '책임 공백' 속에 그의 연임 여부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선 길어야 3년인 CIO의 임기가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국민연금의 혁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개월째 이사장 공석에 풍설만 가득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 어느 곳도 안 CIO의 연임을 비롯해 차기 CIO 선임과 관련한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연금법 및 국민연금 내부 규정에 따르면 국민연금 CIO의 임기는 2년으로, 임기를 마친 뒤 성과에 따라 1년까지 연임이 가능하다. 2018년 10월 8일을 취임한 안 CIO의 임기는 일단 오는 10월 8일까지다. 과거 사례로 비춰볼 때 적어도 3개월 넘는 시간이 인선에 소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임기 공백 없이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기는 어려워진 셈이다.

안 CIO가 맡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725조원에 달하는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조직이다. 자산 규모 기준으로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 노르웨이국부펀드(GPFG)에 이어 세계 3대 연기금으로 불리는 국민연금의 CIO는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막강한 영향력만큼 국민연금 CIO의 향방은 투자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다.

이처럼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국민연금 CIO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은 지난 1월 전임 김성주 이사장이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사퇴한 이후 7개월 째 공석이 이어질 정도로 정비되지 않은 국민연금의 속사정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총선이 끝난 뒤 5~6월에 걸쳐 국민연금 이사장 공모를 위한 절차를 진행해왔다.

한때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내정됐다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으나 정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CIO의 인선은 원칙적으론 이사장이 중심이 된 추천위원회의 추천안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승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국내 300여개 상장사의 5% 이상 주주로 시장에 영향력이 막대한 국민연금 CIO의 연임은 청와대 등 최고위선과의 교감도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리더쉽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CIO의 거취를 놓고 해외 이적설부터 정치권 낙하산 임명설까지 다양한 풍설만 떠돌고 있다"며 "안정적인 기금운용을 위해선 연임과 관련된 의사결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난한 성과낸 안 CIO...업계, "연임 안될 이유 없어"

안 CIO의 지난 1년 10개월 간의 행보는 일단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 CIO는 전임 강면욱 CIO의 갑작스러운 사표로 1년 3개월 여의 공백 끝에 2018년 10월 CIO에 선임됐다. 실장급을 비롯해 한해에 운용역 40~50명이 퇴사가 이어지던 혼란기를 겪던 국민연금은 그 해 -0.92%로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국민연금에서 국내, 해외주식실장을 지내고 민간 기관에서 해외투자를 주로 맡았던 안 CIO는 흐트러진 조직을 수습하고 해외·대체투자 역량을 강화하는데 주력해왔다. 내부 승진을 통해 실장급 인력을 채운 뒤 국내 주식, 채권 등에 과도하게 집중돼있는 포트폴리오를 해외, 대체투자로 분산시켰다.

국내와 해외를 기준으로 나뉘어져 있던 대체투자 조직을 사모벤처투자, 부동산, 인프라 등 자산군별로 나누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안정적으로 해외투자 물건을 발굴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기관과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은 안 CIO의 대표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그가 본격적으로 운용을 책임진 2019년 국민연금은 11.34%의 수익률을 기록해 1999년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후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 공제회 CIO는 "민간 공제회 등도 대부분 CIO 연임을 통해 운용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의 혼란기를 수습한 안CIO가 연임하는 것이 운용 측면에선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 관점 운용 위해 CIO 임기 늘려야"

그럼에도 안 CIO의 연임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를 맞아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 등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의 원칙) 관련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현 정부 들어 이뤄진 지난 인선 이후 국민연금 안팎에선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사장,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등 대외적으로 스튜어드십코드의 강력한 지지자로 알려진 인물들이 계속해서 CIO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적어도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CIO 선정은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기보다는 철저히 안정적으로 기금을 운용해나갈 수 있는 역량을 지녔는지를 기준으로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길어야 3년인 CIO의 임기 역시 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국민연금의 특성에 맞게 늘려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민연금 과거 7명 CIO들의 평균 임기는 2년 2개월에 그쳤다. 그마저도 이명박 정부 시절 3년 임기를 채운 이찬우 CIO 이후엔 2년 3개월(홍완선), 1년 5개월(강면욱)등으로 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홍 CIO는 연임을 두고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 이사장 간의 이견으로 갈등을 반복하다 사퇴했다. 후임인 강 CIO는 기본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돌연 사퇴한 바 있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700조원이 넘는 글로벌 연기금의 CIO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투자에 대한 전문성"이라면서 "CIO가 단기 시야에 갖히지 않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운용을 해나갈 수 있도록 임기 관련 제도 역시 손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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