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8·4대책은 투기 조장책…홍남기·김현미 교체해야"

입력 2020-08-05 08:19   수정 2020-08-05 08:22


정부가 4일 내놓은 부동산대책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서민 주거 안정이 아닌 투기 조장 대책"이라며 철회를 주장했다. 더불어 정책의 책임자인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과 홍남기 부총리 그리고 김현미 장관 교체를 재차 촉구했다.

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이날 발표된 정부의) 23번째 공급 확대책은 서민을 위하는 척하지만, 공기업, 건설업계와 함께 투기를 조장해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선언처럼 보인다"며 "고장난 공급시스템에서 개혁 없는 공급확대는 결국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소유한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수도권에 신규 13만2000가구 등 총 26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놨다. 특히 서울권에서는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해 7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내놨다.

경실련은 지금의 집값 폭등이 결코 공급 물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점과 김현미 장관이 기존의 입장을 번복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경실련은 "지금처럼 집값에 거품이 잔뜩 낀 상황에서 분양가를 찔금 낮춘 새 아파트가 시장에 나오더라도 오히려 주변 집값을 자극할 뿐"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 ▲50조 도시재생뉴딜 ▲수도권 3기 신도시개발 ▲용산정비창 부지 및 잠실 마이스 민자개발 등 대규모 개발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이 올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장관에 대해서는 "2017년 6월 취임 당시, 투기적 가수요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지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입장을 번복해 공급 확대책을 주도하고 엉터리 부동산통계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23번째 공급 확대책은 서민을 위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공기업, 건설업계와 함께 투기를 조장해 경기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선언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확대는 투기조장대책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실련은 "재건축 사업은 지자체가 합법적으로 용적률과 층수제한은 기존 단지보다 높여주지만 개발이익환수는 제대로 되지 않고, 공공임대 확충 또한 미미하다"며 "토지주와 건설업계에 로또만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참여형 재건축을 거론하려면 개발이익환수 장치부터 제대로 손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재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경실련 분석결과, 세운재개발 사업에서 토지주에게는 3조6000억원, 민간사업자에게는 5000억원의 막대한 이익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반면 상가세입자 대부분은 재정착하지 못한 채 내쫓기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기부채납은 증가용적률의 50~70%를 환수하는 것으로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과거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공급확대 정책도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지금의 신도시개발은 서민주거안정으로 포장된 공기업과 건설업계의 먹잇감일 뿐이라는 판단이다. 집값 폭등을 해결하겠다며 강남 송파거여(위례)지구 등 10여개 신도시 개발과 5년간 1500만평 개발계획 등 공급확대 정책을 추진했지만, 고분양가가 책정되면서 부당이득만 발생했다고 경실련은 봤다.

경실련은 "대책으로 발표된 26만호 중 서민을 위한 장기 공공임대주택은 일부에 불과하고 70%는 과거처럼 판매용 아파트"라며 "이는 공기업과 건설업계에 막대한 부당이득을 안겨주고 이후 투기 세력의 투기수단으로 전락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700만 채를 시장에 내놓게 하는 것이 당장 공급 효과가 발생하는 효과적인 공급책이라고 제시했다.

경실련은 "홍남기 부총리는 건설업계와 투기세력 대변자냐"며 "수차례 부실대책을 내놓은 정책 책임자인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과 홍 부총리, 김 장관을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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