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에는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넘기도 했는데요. 상승세를 탄 금에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ETF가 좋은 투자수단이라고 생각하지만, 금 투자만큼은 ETF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오늘 기사에서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렇게 금이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꼽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미중 패권경쟁, 코로나로 인한 경기 타격 우려 등 리스크 요인을 피해 안전자산을 찾으려는 움직임입니다. 두번째는 코로나 이후 각국에서 돈을 엄청 풀었죠. 이 과도한 유동성에 따라 돈의 가치가 떨어질 것 같다는 투자자들이 있겠죠. 현금가치가 하락하는 것에서 피신하려는 수요, 즉 인플레이션을 헤지하기위해서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있을겁니다. 세번째는 코로나 발생 후 광산에서 금을 채굴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려워졌습니다. 그렇다보니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상대적으로 금 가격이 상승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투자자산으로서의 금의 리스크는 무엇일까. 일반적인 약점으로는 금은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배당이나 이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주식은 주가가 떨어져도 장기투자할수록 배당을 받으면서 수익을 쌓을 수 있고, 채권역시 가격이 떨어져도 만기때 표면금리를 받으면 되는데 금은 자산가격 하락을 방어할만한 최소한의 방어막이 없다는거죠.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골드바를 사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부가세 10%, 거래 수수료는 5%가 붙습니다. 그러니까 금을 실물로 사신다면 15% 정도 올라봤자 본전, 이후부터 수익이 납니다. 나는 전쟁이라도 날 것 같으니 반드시 금고에 금 실물을 보관해야겠다는 분이 아니라면 굳이 현물을 살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세금때문입니다. 먼저 금 ETF는 다른 ETF와 마찬가지로 세금이 붙습니다. 국내 상장 ETF라면 15.4%의 배당소득세가 붙구요. 해외 상장 ETF라면 금 ETF를 포함해서 주식에서 낸 수익이 1년에 250만원이 넘는면 넘은 부분에 대해서 22% 양도세를 냅니다. 은행의 금통장으로 투자할 때도 국내 ETF에 투자할때와 마찬가지로 차익에 배당소득세 15.4%가 부과됩니다.
그런데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선 이런 세금이 면제됩니다. 왜 여기에만 세금이 안 붙느냐. 금시장의 탄생 스토리를 보시면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금 실물을 거래할 때는 10%의 부가세가 붙습니다. 그런데 일선 금은방에서는 세금을 안내려고 신고하지않고 현금으로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013년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연간 금 유통규모가 100~110t정도인데 이 중에 몰래 거래된 금이 절반을 넘는 55~70t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부가가치세 탈루금액만 당시기준으로 연간 2200억~3300억원정도 된다는게 당시 금융위 추정입니다.
그러면 정부 입장에선 세금을 내지 않는 지하경제가 너무 커져있는 상태인 것이고, 이걸 양성화하기위해 2014년에 한국거래소 금시장을 만든겁니다. 음성화되어있는 금 거래를 양지로 끌어오려면 뭔가 혜택을 줘야겠죠. 그래서 면세라는 유인책을 내걸었습니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는 1g단위로 금을 살 수 있는데 그게 100g을 넘으면 금을 실물로 인출할 수도 있는데요. 대신 이렇게 금 실물을 찾으면 그 때는 금 현물거래때와 마찬가지로 10% 부가세를 내야합니다.
수수료측면에서도 한국거래소 금시장이 돋보입니다.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서는 금시장의 거래 수수료를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평균 0.3%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금 ETF는 미래운용 상품이 연 0.39%, 삼성운용상품은 연 0.68%를 펀드 수수료로 냅니다. 미국 ETF가운데 대표적인 금 ETF인 GLD도 보수가 연 0.4%입니다. 국내 금 펀드로 가면 수수료가 더 높습니다. 통상 운용보수가 연1%중반대, 펀드 클래스에 따라 선취수수료도 1%가 들어갑니다. 마지막으로 은행의 금 통장은 통장으로 거래할 때 수수료가 1% 붙습니다. 수수료만 봐도 한국거래소 금시장이 유리한 편이라는 점을 아실 수 있습니다.
반면 ETF는 환을 헤지할 것이냐 하지 않을것이냐를 고를 수 있습니다. 미국 ETF를 사신다면 당연히 환에 노출되겠지만요. 국내 ETF중에선 환율의 영향을 헤지할 수 있는 상품이 있습니다. 국내에 상장한 금 ETF는 크게 두개인데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골드선물(H)과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골드선물(H)입니다. 마지막에 붙은 (H)는 환율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헤지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환율 헤지 없이 달러와 금에 같이투자하는 게 유리한가. 아니면 헤지를 해서 금에만 투자하는 게 유리한가. 금에 투자 할 때는 꼭 고려해봐야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달러와 금의 상관관계입니다.
보통은 금과 달러가치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같은 안전자산 안에서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금 가격은 떨어지고 반대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금 가격은 오릅니다. 그러면 달러로 금을 투자하면 어떻게 될까요. 일반적인 경우라면 금이 오를 때 달러가치가 떨어질테니 상대적으로 이익이 덜 나겠죠. 물론 떨어질 때는 반대로 덜 떨어질겁니다. 그러니까 달러와 금에 동시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달러약세와 금 강세를 확신한다면 환헤지하는 상품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 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환헤지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15.4%라는 국내 ETF 배당소득세를 뛰어넘을 수 있을것인가? 나는 그정도로 환율의 변동성에 대한 확신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겠지만요.
환율과 별개로 금 ETF만의 확실한 강점도 있습니다. 일일 금 가격의 두 배만큼 수익을 내거나 손실을 보는 레버리지 투자를 하고싶다거나, 금 가격이 떨어질 것 같으니 인버스투자를 하겠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ETF에서 이런 투자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보실 수 있을 것 같고요. 또 연금계좌에서 금을 투자하고 싶으실 때도 국내상장 금 ETF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거래방법도 간단히 살펴볼게요. 금 통장은 은행에서 계좌를 만드셔야할테고요. 금 펀드나 ETF, 한국거래소 금시장 모두 증권사 HTS나 MTS에서 거래할 수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거래하려면 금 현물거래 계좌를 트시면 되는데요. 요즘은 비대면 계좌개설이 증권사마다 워낙 잘 되어있다보니 쉽게 만드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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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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