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금값이 무섭게 오르면서 사상 최초로 트로이온스(약 31.1g)당 2000달러를 넘어섰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1.7%(34.70달러) 오른 온스당 2021.0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1년 8월 22일 세웠던 온스당 1891.90달러 기록을 깨뜨린 지 10여 일 만에 2000달러 벽마저 넘어섰다. 올해 금값 상승률은 31.7%로, 연일 최고가 행진을 벌이고 있는 미 나스닥지수 상승률(21.9%)을 웃돌고 있다.
금값이 뛴 배경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및 미·중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 선호도가 커졌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2조달러가 넘는 돈을 시장에 풀면서 달러 약세를 부추긴 점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금 상장지수펀드(ETF)에도 투자 자산이 몰리고 있다. 금 시장조사협회인 월드골드카운슬에 따르면 올 상반기 400억달러, 지난달에도 74억달러가 금 ETF에 투자됐다. 국내 금값도 올랐다. 이날 KRX금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 1g 가격은 전일 대비 1020원(1.31%) 오른 7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미국 정부가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사실상 무제한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점도 금값 상승의 주요 배경 중 하나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실물자산인 금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유로 엔 파운드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93.145로, 2018년 6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중국 러시아 등 각국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금을 매입하고 있는 점도 금값을 끌어올리는 원인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최근 들어 공격적으로 금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귀금속인 은 가격도 급등세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은값은 6.6% 오른 26.028달러로 마감했다. 2013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투자회사 클라인워스햄브로스의 파드 카말 수석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물가를 고려할 때 금값이 진짜 높았던 때는 옛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던 1979년이었다”며 “실제로는 지금이 역대 최고가 아니다”고 했다. 마이클 위드너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전략가는 “예금 증가와 생산성 하락, 공공부채 팽창, 금리 급락 등은 모두 금값 상승을 예고하는 지표”라며 “앞으로 1년 반 안에 금값이 지금보다 50% 상승해 온스당 30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글로벌 투자 자산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작기 때문에 추가 유입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BoA에 따르면 1980년 전체 자산 대비 6.2%였던 금 투자 비중은 현재 3%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금값이 상승 일변도의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국제 금값이 내년 6월 말 온스당 1800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 보고서를 지난달 내놨다.
5일 미국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지난달 민간부문 고용 증가가 약 16만7000건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다우존스 예상치인 100만 건을 크게 밑돈다. 지난달 증가한 431만4000건에 비하면 3.8%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에선 지난 5월 경제 재개방 이후 민간고용이 334만 건 증가하는 등 경제가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한때 퍼졌으나 서부와 남부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각 주가 경제 재개 속도를 늦추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