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엔 미니식당 변신…편의점 '카멜레온 전략'

입력 2020-08-09 17:42   수정 2020-08-10 00:48


편의점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다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 비해 변신에 능하다. 지역 상권의 특성을 꿰뚫어야 살아남을 수 있어서다. 점포 크기가 평균 100㎡ 정도로 변화에 부담도 적다. 한번 들여놨다가 안 팔리는 상품은 바로 진열대에서 빼기도 한다.

지난해 말 문을 연 CU 서초그린점은 편의점 특유의 ‘카멜레온 전략’을 실험하기 위한 본사 직영 매장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변 상권에 맞춰졌다.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 사는 지역인 만큼 친환경 콘셉트를 도입했고, 슈퍼마켓과 분식점을 결합한 공간도 마련했다.
업계 최초 친환경 편의점
CU 서초그린점의 외관은 편의점 같지 않다. 브랜드가 강조된 다른 점포와 달리 ‘Eco Friendly(환경친화적)’라는 문구가 간판에 붙어 있다.

이 매장은 CU의 첫 ‘그린스토어(친환경 매장)’다. 업계 최초로 환경부에서 녹색매장으로 지정받았다. 친환경 냉동고와 실외기를 들여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일반 매장보다 99% 줄였다. 태양광 충전과 단열유리 등으로 전기 사용량을 20%, 식당에서 쓰는 매장용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들여와 쓰레기양을 85% 줄였다.

소비자가 바로 체감하는 건 제품이다. CU 서초그린점은 매장 앞쪽에 ‘친환경 녹색제품’ 코너를 따로 마련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지퍼백과 비닐장갑 등 생활용품 10여 가지를 판매한다.

주 타깃은 ‘가치소비’를 하는 사람들이다. CU 서초그린점은 매장 계산대 위에 큰 모니터를 달고 친환경 시설과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틀어놓는다. 소비자가 얼마나 친환경적인 점포에서 제품을 사는지 알게 하기 위해서다.

전략은 먹혔다. CU가 지난 4월 친환경 녹색제품을 들여온 뒤 녹색제품의 월매출은 매달 전월 대비 평균 22% 늘고 있다. 주부들 사이에서 반응이 유독 뜨겁다. CU 관계자는 “친환경 봉투 가격은 100원으로 편의점에서 파는 일반 비닐봉지(20원)의 다섯 배지만 소비자들이 민원을 넣지 않고 사 간다”고 밝혔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집 앞에
매대에 깔린 상품도 지역 맞춤형이다. CU 서초그린점의 주 고객은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부와 젊은 직장인, 인근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다. 이들에게 이 매장은 식재료와 생필품을 집 앞에서 살 수 있는 슈퍼마켓이자 방과 후와 학원 쉬는시간마다 허기를 채워주는 분식집이다.

CU 서초그린점 계산대 옆에는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즉석조리식품’ 코너가 있다. 치킨과 닭꼬치, 소떡소떡 등 바로 먹을 수 있는 메뉴만 약 20가지다. 분식집처럼 어묵 꼬치와 뜨끈한 국물도 있다. 2분기 즉석조리식품 매출은 전 분기보다 86.8%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다. 도시락과 샐러드 등 간편식품과 가정간편식(HMR) 상품 수도 일반 점포의 세 배를 넘는다.

식품을 마음 편히 먹도록 따로 분리한 휴게공간도 독특하다. 판매공간과 휴게공간 사이에 벽을 설치하고 8개의 테이블과 의자를 뒀다. 총 20명이 앉을 수 있어 편의점보다 식당에 가깝다. 10대 아이들은 곳곳에 모여 앉아 닭꼬치나 삼각김밥을 먹는다. 카페처럼 엄마와 어린아이가 함께 와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쥐고 책을 읽고, 엄마는 샌드위치를 먹기도 한다. CU에 따르면 일본의 패밀리마트도 이 공간을 벤치마킹했다.

저녁이 되면 CU 서초그린점은 ‘편의점 장보기’ 특화매장으로 변신한다. 급하게 식재료가 필요한 주부, 퇴근하는 직장인이 장바구니를 들고 돌아다닌다. CU 서초그린점은 이들을 위해 과일과 식재료 전용 매대를 마련했다. 이 점포의 과일과 식재료 매출은 일반 점포 평균보다 각각 350.6%, 510.2% 높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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