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브랜드 담보로 대출한다더니…창고엔 싸구려 슬리퍼만 [영상]

입력 2020-08-09 16:52   수정 2020-08-10 15:01


지난 7일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의 한 물류창고. 중국산 저가 슬리퍼 등이 가득한 상자들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다. 종이박스엔 ‘블루문펀드 담보자산 표시’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의류, 주방용품 등 동산(動産)을 담보로 개인 간(P2P) 대출을 취급하던 블루문펀드가 운영하던 곳이다. 블루문펀드는 지난 6일 모든 직원을 해고하고 사무실 문을 닫았다. 이 회사 대표는 열흘째 잠적 중이다.



▶본지 6월 2일자 A1, 3면 8월 8일자 A1, 10면 참조
연체율 ‘제로’ 회사가 돌연 폐업
동산금융은 ‘혁신금융의 총아’로 각광받았다.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든 저신용 사업자에게 자금을 공급하고, 투자자에게는 고수익을 약속했다.

블루문펀드는 의류, 가전제품 등을 담보로 잡고 유통업체에 대출을 내준 뒤 이 채권을 쪼개 개인들에게 판매하는 사업을 2년 넘게 해왔다. 이 회사는 동산금융 부문 연체율이 ‘제로’라고 선전했다. 하지만 회사가 하루아침에 폐업 수순을 밟으면서 4000여 명의 투자자들은 576억원가량을 떼일 처지가 됐다.

블루문은 유명 브랜드 상품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것이라서 안전하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종이상자의 절반가량엔 저질 물건이 담겨 있었고, 나머지는 텅 비어 있었다. 24시간 공개하겠다던 폐쇄회로TV(CCTV) 카메라는 작동하지도 않았다. 창고주 A씨는 “(블루문과의) 창고 임차계약이 이달 말까지인데 물건은 그대로 둔 채 직원들과 연락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수익에 현혹, 뒤늦게 후회”
투자자들은 블루문이 유령 차주와 결탁했고, 대표가 자금을 횡령한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날 물류창고에서 만난 한 투자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기까지 찾아왔다”며 “제대로 된 물건이 없는 걸 보고 나니 왜 큰돈을 맡겼는지 후회스럽다”고 했다.

블루문펀드는 ‘고고단(고수익·고보상·단기상품)’ 보상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최근 ‘블루문의 밤’이라는 사교 행사를 열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블루문펀드의 투자 상품은 투자기간(대출 만기)이 3개월 안팎으로 짧은 편이었다. 이 업체가 홍보한 동산담보대출 수익률은 평균 연 15.7%에 달했다. 짧은 기간 ‘이자 재미’를 본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블루문펀드에 돈을 넣었다. 개인투자자에게 P2P업체 한 곳당 2000만원의 투자 제한을 두는 금융감독원의 가이드라인은 유명무실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블루문 로얄 멤버십’을 내놓고, 고액 투자자에게는 더 높은 수익성을 제공한다고 꼬드겼다.

곳곳에 ‘계획적 먹튀’ 정황
블루문은 격투기 단체인 로드FC 후원행사를 열었다. 스포츠 브랜드인 조마와 제휴를 맺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한 투자자는 “로드FC 후원행사를 본 뒤 투자를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이 회사는 최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제정을 계기로, 투자자 보상을 일부 축소한다고 투자자들에게 공지했다. 3개월이던 개별 대출채권의 대출 만기(원금 지급)도 돌연 일괄 6개월로 늘렸다. 금융지식이 부족한 투자자들은 쉽게 현혹됐다. ‘먹튀’ 시점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온라인 P2P커뮤니티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각종 P2P포럼엔 블루문의 신뢰도를 높게 평가하는 게시물이 여럿 올라왔다. ‘전문가’를 자처한 이들이 분위기를 띄우는 ‘바람잡이’ 역할을 한 것이다. 한 P2P업체 관계자는 “브로커로부터 최근 온라인에 마케팅 글을 올리는 커뮤니티케어(바람잡이)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양주=송영찬/김대훈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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