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팩토 "11월 세계 첫 사람 대상 TGF-베타 바이오마커 유효성 발표"

입력 2020-08-11 07:31   수정 2020-08-11 11:19



"백토서팁의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모든 암에 쓸 수 있고, 모든 항암제와 병용 가능한 치료제."

국내 바이오기업의 항암신약 후보물질 중 병용치료제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메드팩토가 개발 중인 백토서팁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 등에서 진행 중인 병용 임상만 8건이다. 올해 2건의 병용 임상을 추가할 예정이다.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사진)는 "백토서팁과 병용하는 약물은 면역항암제부터 표적항암제, 화학항암제까지 모든 항암제를 망라한다"고 10일 말했다.
"백토서팁 함께 쓰면 항암제별 한계 극복"
백토서팁은 'TGF-베타' 억제제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에 비해 TGF-베타라는 물질을 많이 분비한다. TGF-베타는 암세포 주변에 딱딱한 막을 만들어 면역세포와 항암제의 공격으로부터 암세포를 보호한다. 암세포의 전이를 돕고 면역세포의 활성을 방해한다. 암줄기세포가 형성되는 것을 유도해 항암제 내성도 일으킨다.

김 대표는 "TGF-베타는 모든 암에서 다량 분비되는 물질"이라며 "다양한 기능을 하는 TGF-베타를 백토서팁이 억제하기 때문에 여러 치료제와 병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TGF-베타를 저해해 암조직을 감싸는 막이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하면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향상된다. 표적항암제와 화학항암제의 경우 백토서팁이 항암제 내성을 유발하는 암줄기세포를 제거하기 때문에 병용 효과가 좋아진다. 이처럼 각 항암제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데 백토서팁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는 "병용 임상을 설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충실한 과학적 근거"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TGF-베타 억제제의 독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TGF-베타가 지나치게 억제되면 온몸에 염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쥐(마우스)에서 TGF-베타를 없애버리면 마우스는 3주 만에 죽는다. 김 대표는 "백토서팁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TGF-베타를 일정한 양으로 유지하기 위해 백토서팁을 5일 복용하고 이틀 쉬면 된다"며 "경쟁사가 개발 중인 TGF-베타 억제제는 2주 복용하고 2주 쉬는데 백토서팁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바이오마커 기반 임상 전략으로 성공 가능성 높여
메드팩토는 백토서팁이 잘 듣는 환자를 선별하기 위한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 연구를 모든 임상에서 병행하고 있다.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백토서팁의 효능을 미리 예상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측정한다. 이 역시 기초연구에 기반한 것이다.

김 대표는 2018년에 나온 논문 두 건을 소개했다. TGF-베타의 분비량이 많은 암종에서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특히 떨어진다는 내용이다. 스페인의 생명의학연구소(IRB 바르셀로나)와 메드팩토가 공동 연구했다. 김 대표는 "동물실험에서 TGF-베타 반응 유전자(TBRS) 발현 정도가 높은 암세포에 TGF-베타 억제제를 면역항암제와 병용했더니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다"며 "이 논문이 발표되자 TGF-베타 억제제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졌다"고 했다.

메드팩토는 TBRS를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백토서팁만을 위한 바이오마커인 'VRGS'를 찾아냈다. 김 대표는 "TBRS는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한 게 아니라 예전에 확보한 조직을 분석한 결과물"이라며 "우리는 환자에게 투약하기 전과 후에 암조직을 떼내 유전자 검사를 해서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했다. VRGS는 TBRS에 없는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다.

메드팩토가 바이오마커 분석에 공들이는 이유가 있다. 백토서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를 바이오마커로 골라 임상시험을 하면 임상 성공 및 신약허가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신약의 개발 성공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배 이상 높았다.

메드팩토는 올 11월에 개최되는 미국면역항암학회(SITC)에서 중요한 발표를 한다.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장암 임상에서 확보한 종양 샘플을 분석해 VRGS를 통해 백토서팁의 치료 효과를 예측한 결과를 공개한다. 김 대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TGF-베타 바이오마커의 유효성에 대한 결과를 내놓는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했다.

"MSD가 백토서팁 주목한다"
메드팩토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신약은 MSD의 키트루다와 일라이릴리의 비트락비다. 키트루다는 암종과 무관하게 현미부수체불안정(MSI-H)형 종양 치료제로 2017년 미국에서 허가됐다. 임상 피험자는 149명에 불과했다. 바이오마커 기반의 항암제로 허가받은 것은 키트루다가 처음이었다. 'ETV6-NTRK' 융합유전자를 바이오마커로 하는 일라이릴리의 비트락비도 5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완료한 뒤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김 대표는 "내년까지는 적어도 30~40명의 바이오마커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정도면 신약허가를 받는 데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바이오업계에서 달라진 메드팩토의 위상을 느낀다고 했다. 메드팩토는 지난 5월 MSD와 두 번째 키트루다 병용임상 계약을 맺었다. 대장암과 위암에 이어 비소세포폐암에서 효능을 본다. 현재 키트루다 병용 임상은 세계적으로 1500여건이 진행되고 있다. 이 중 MSD가 키트루다를 제공하는 임상은 약 150건이다. 추가 계약을 맺어 진행하는 임상은 40여건에 불과하다. 그만큼 MSD가 백토서팁에 주목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그는 "병용임상 회의를 하면 처음에는 MSD 쪽에서 두 명이 나왔는데 최근 12명이 나왔다"며 "회의 횟수도 많아지고 참석하는 관계자들의 직급이 높아졌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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