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공항 '비정규직 제로'의 역설…소방대 45명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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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11 09:40   수정 2020-08-11 09:45

[단독] 인천공항 '비정규직 제로'의 역설…소방대 45명 해고

뉴스에서 아버지가 비정규직이라고 얘기했지만 자랑스러웠다. 밤낮없이 공항에 불이 날까 걱정하며 사고가 있는 날은 새벽같이 출근하셨고 퇴근 후에는 소방대 이야기를 해주시는 아버지를 보고 '나도 공항을 지키는 소방대원이 되고 싶다'고 다짐을 했었다.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이다. 청원인은 "평생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지켜온 아버지가 해고될 위기에 처해있다"며 이 같은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그러나 이 청원인의 소망은 끝내 이뤄지지 않게 됐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0일 정규직 전환 공개경쟁 채용(공채) 절차에서 탈락한 소방대 근로자 45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인천공항에서 소방대 근로자로 활동해온 이들은 오는 17일부터 실직자 신분이 된다.

당초 해고 위기 처했던 37명 중 일부는 생환
소방대 근로자들은 원래 인천공항 자회사의 계약직이었다. 인천공항 정규직에는 처우가 못 미쳤지만 공항의 필수인력이어서 고용안정성이 높은 직종으로 꼽혔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 부문 정규직 전환이 화근이 됐다. 지난 5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들을 직접 고용키로 하면서 그 일환으로 면접·적격심사 등을 실시했고, 그 과정에서 211명 중 37명이 탈락했었다.

이들 37명은 체력 검정에서 탈락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16명은 이의제기를 했고 일부는 공채 절차에서 생환했다. 하지만 일부 근로자들은 면접 과정에서 최종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근로자 중에서도 탈락자가 발생해 숫자는 총 45명으로 도리어 늘었다.

'비정규직 제로 1호 사업장'이라는 정부의 약속이 오히려 이들을 해고자로 내몰게 된 셈이다.

'눈물의 청원'도 막지 못했던 소방대 근로자들의 해고
지난 5일 올라온 해당 청원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1167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3년 전 대통령께서 인천공항에 방문하신 뒤 '(인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으로) 평생 공항을 지키며 일할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시켜줄 수 있겠다'며 지었던 아버지의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며 '하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 아버지는 공개채용시험을 통과해야 정규직이 된다고 걱정하셨고 거짓말 같이 아버지는 시험에 떨어져 실직자가 됐다"고 전했다.

이어 "아버지는 자회사 (소속의) 정규직 직원이라 해고 자체가 불법이라고 억울해하시며 매일 술을 드시는데 위로 드릴 수도, 도와 드릴 수도 없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누구보다 공항을 사랑하는 멋진 소방대원이었는데 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것인가요? 한부모 가정인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건가요?"라고 호소했다.

그는 "아버지는 공항에서 국민과 외국 여행객들의 안전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셨다. 대통령과 국민 여러분이 저희 아버지의 일자리를 지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썼다.

文대통령 방문 후 혼선 겪은 소방대 근로자 정규직 전환
인천공항공사는 2017년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3년간 노사 및 전문가 협의를 통해 인천국제공항 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왔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민간업체 소속이던 인천국제공항 소방대 근로자 211명은 당초 올 1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가 정규직 전환 대상자 9785명 중 소방대 근로자 211명을 포함한 2143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혼선이 생겼다. 그 뒤로 소방대 근로자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직원이 되기 위한 공개경쟁 채용 절차를 밟아야 했고, 최종적으로 45명이 탈락했다.

인천공항시설관리 관계자는 "이의 신청했던 사람 중에 붙은 사람도 탈락한 사람도 있다"며 "이의 신청을 하지도 않은 근로자 중에서도 탈락자가 발생해 최종적으로 45명이 탈락했다"고 설명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 부문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원칙이 부실하다"며 "청와대나 대통령의 뜻에 따라 갑자기 그나마 있던 원칙도 무너졌기에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노·사·정이 합의한 내용이 대통령 방문 이후 다 어그러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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