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원 맹비난하는 與…부동산 '희생양' 삼나

입력 2020-08-11 17:05   수정 2020-08-12 01:31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가 열렸다. 한 주를 시작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들이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날 유일한 ‘결석생’은 김조원 전 민정수석이었다. 앞선 7일 함께 사의를 밝힌 노영민 비서실장 등 다른 수석은 모두 참석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뒤끝 퇴직’ 논란이 불거졌다. 이날 오후 후임 인선이 발표된 후에도 김 전 수석의 공식 퇴임 인사는 없었다. 함께 물러난 강기정 전 정무수석, 김거성 전 시민사회수석은 춘추관을 찾아 청와대 생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논란은 커졌다. 대통령을 모시는 참모로서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지적과 함께 ‘항명’이란 비판이 나왔다.

하루 만에 이 같은 논란은 오해였다는 게 밝혀졌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김 전 수석이 지난 금요일 사의를 밝힌 후 늦게까지 현안 업무를 마무리하고 문 대통령에게 인사한 뒤 청와대를 떠났다고 11일 전했다. 단체 채팅방에도 정중하게 인사말을 남기고 퇴장했다고 했다. 마지막에 올린 문구는 ‘늘 감사했습니다. 김조원 드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변인은 “당초 김 전 수석은 10일부터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다”며 “뒤끝 퇴장 등은 사실을 상당히 오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대한 더 큰 오해는 ‘집을 위해 직(職)’을 버렸다는 것이다. 집 매매가 늦어진 이유에 대한 여러 소문이 돌고 있다. 개인사가 대부분이라 기사에서 새삼 언급하긴 어렵지만 소문을 종합해보면 ‘어쩔 수 없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더구나 김 전 수석이 내놓은 서울 잠실 주상복합아파트는 부인 명의다. 고위공직자의 부인이라는 이유로 높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수는 있지만 처분을 강제할 순 없다. 실질적인 어려움도 있었다. 서울 송파와 강남구는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실거주 조건으로 허가를 받아야 해 거래 자체가 쉽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는 노 실장이 청와대 다주택 참모들에게 매각 권고를 내린 데 있다. 말이 권고지 사실상 반강제인 건 누구나 안다. 하지만 비서실장이라고 해도 참모들의 집을 ‘사라 팔라’ 할 순 없다. 반강제적이라면 헌법상 기본권(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다주택 처분을 유도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권고가 이번 사태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공무원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수석이 노 실장에게 “집을 팔아 부동산이 잡히면 팔겠지만 이렇게 하는 것은 마녀사냥이지 부동산 정책이 아니다”고 반발했다는 말도 청와대 담장 밖으로 흘러나왔다. 개혁성향이 강한 감사원 출신 관료이지만 경제적인 측면에는 시장주의자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권에서는 이참에 김 전 수석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모습도 보인다.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다”(진성준 민주당 의원) 등이다. 민주당 소속으로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이석현 전 의원은 전날 방송에서 “물러났어도 집을 팔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3번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주택매매가격 지수 상승률은 0.71%로, 지난해 12월(0.86%)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전세시장도 불안정하다. 8월 첫째 주 전국 전셋값은 전주 대비 0.20% 올라 2015년 4월 셋째 주(0.2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초조함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부동산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주택 공급 확대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보다 다주택자에게 집값 상승의 책임을 씌우는 ‘편가르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때다. 국민은 무너진 부동산 정책을 지켜보며 피로감과 절망감만 느끼고 있다.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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