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점포를 줄이자니 금융당국이 겁나고, 놔두자니 수익성이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금처럼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는 추세에서 은행의 점포망 축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금융당국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등 핀테크를 장려하면서 은행 점포 축소를 막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이 점포 축소에 제동을 거는 이유도 설득력 있는지 의문이다. 감축 속도가 너무 가팔라졌다고 하지만 디지털화 속도와 지점 방문자 숫자 등을 고려하면 그렇게 단정하기도 어렵다. 매년 약 10% 감소해오던 지점 방문자가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20% 이상 줄었다. 여기에 입출금 거래에서 창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7년을 기점으로 10%를 밑돌고 있다는 한국은행 분석도 나와 있다. 과거 은행들이 인수합병(M&A)을 활발히 했지만 아직도 중복 점포를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초래해선 안 된다는 금융당국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지리적으로 은행 점포가 꼭 아니더라도 우체국, 농·수협 등 취약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지점은 곳곳에 널려 있다. 게다가 세대와 소득에 따른 디지털 격차는 그 자체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강구해야지 점포 축소를 막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금융당국은 점포 축소에 직접 개입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은행은 없을 것이다. 선진국도 점포를 폐쇄할 땐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하지만, 절차를 충실히 따르면 되는 것과 우리처럼 금융당국이 점포 축소에 제동을 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뒤에 그동안 점포 축소를 강하게 반대해온 금융노조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왜 이런 불신이 팽배해졌는지 금융당국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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