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없는 일상을 상상해 본 적 있는가.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택배업체는 가장 바쁜 일터 중 한 곳이 되어버렸다. 쉴 틈없이 일하는 택배 배송 기사들에게 28년 만에 평일 휴가가 주어졌다. 택배업계가 14일을 '택배없는 날'을 지정해 배송 기사들에게 휴무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강제사항은 아닌 만큼 회사별 사정에 따라 쉬지 않는 곳도 있다. 호응한 택배사는 CJ대한통운·한진·롯데·로젠 등 4개 택배사들로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80% 정도다.
참여업체의 택배기사는 쉬는 것은 물론, 택배 분류나 집하, 택배 터미널 간 수송 차량 운영, 지역별 상하차 인력을 공급하는 도급 업무 등도 모두 중단된다. 여기에 우정사업본부도 동참하면서 5곳에 소속된 택배 노동자 중 95%인 4만 명이 공식 휴무한다.
반면 택배회사망을 이용하지 않고 자체 배송망을 갖춘 쿠팡의 로켓배송과 SSG닷컴의 쓱배송, 마켓컬리의 샛별배송 등은 평소처럼 진행된다. 위탁운영제(지입제) 기반의 택배 기사들과 달리 해당 업체들은 직고용 기반으로 배송을 운영하고 있어 동참하지 않는다.
일부 업체에서는 이날 오전 일찍 주문할 경우 당일 배송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급한 용무가 있는 긴급한 상품은 배송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보는 게 좋다. 다만 우체국 소포배달은 대체휴일인 17일까지 배송을 휴무한다. 또 배송 지연을 우려해 14일까지 냉장·냉동 등 신선식품 배송은 접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일각에선 택배물량 적체로 인한 후폭풍 우려도 나온다. 배송 업무에 지친 택배기사에 '휴가'를 주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쉬는 동안 배달해야할 물건이 쌓이게 되는 만큼 휴일 이후 업무량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다. 대부분의 택배업체는 과도한 물량 적체를 피하기 위해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17일에는 정상근무를 할 예정이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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