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부터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빠르게 반전세(준전세)로 바뀌고 있다. 이달 전체 임대차 거래 중 반전세 계약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전세 품귀 속에 집주인들이 기존 전세보증금과 비슷한 수준의 보증금에 추가로 월세를 받는 반전세를 택하고 있어서다. 반전세가격지수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서울 전역에서 반전세 계약이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는 이달 들어 신고된 총 11건의 임대차 계약 중 7건이 반전세였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의 전셋값 시세는 각종 부동산 대책이 쏟아지기 직전인 5월 8억~9억원에 형성됐으나, 이달 들어 같은 면적이 보증금 8억원에 월세 30만원, 보증금 7억8000만원에 월세 15만원 등으로 계약서를 썼다. 이전 전세 시세와 비슷한 보증금에 추가로 소정의 월세를 내는 식의 반전세가 늘어난 것이다. 드물게 이뤄진 전세 계약은 전용 84㎡의 보증금이 11억원으로 3개월 전에 비해 2억~3억원 뛰었다.
광진구 구의동 ‘구의현대2단지’ 아파트는 이달 거래된 3건의 임대차 계약이 모두 반전세 형태로 이뤄졌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푸르지오’는 이달 체결된 4건의 계약 중 3건이 반전세 또는 월세다. 기존에 3억~4억원 보증금으로 전세를 살 수 있었던 이 단지 전용 59㎡는 이달 들어 보증금 1억원에 85만원, 1억5000만원에 75만원의 월세를 내는 계약이 이뤄졌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도 이달 거래된 4건 중 3건이 반전세다.
강북 지역에서는 마포구가 0.4포인트 상승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전셋값이 가장 많이 상승한 지역과 대체로 일치한다”며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는 세입자들이 반전세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8·4 공급 대책’에 따라 청약 대기 수요가 늘면서 전세난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2028년까지 서울과 수도권에 총 13만2000가구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용산, 상암 등 서울 알짜 입지에 청약하려는 무주택자들이 임대차 시장에 수요층으로 남게 되면 반전세가 더욱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전세가격은 5억234만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 4억6870만원 대비 7.2% 올랐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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