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유네스코가 인정한 한국 산사의 진수를 만나다

입력 2020-08-13 17:25   수정 2020-08-14 02:57

경남 양산 통도사 대웅전은 네 개의 편액을 달고 있다. 동쪽에서 들어올 땐 대웅전이라는 편액을 보게 되지만 서쪽에는 ‘대방광전’, 중심축선인 남쪽에는 ‘금강계단’, 북쪽에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셨음을 뜻하는 ‘적멸보궁’이란 편액이 걸려 있다. 대웅전은 석가모니불을 모신 전각이다. 나머지 편액은 뭘 뜻할까.

미술사학자인 주수완 우석대 교수는 “대방광전은 부처님이 지상에 머물 때에는 큰 영웅(大雄)으로, 열반에 들어서는 큰 진리의 빛으로 나투심을 극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또 금강계단과 적멸보궁 편액을 마주보게 함으로써 금강계단을 참배하는 사람들이 2500년 전 열반에 든 석가모니를 눈앞에서 친견하는 듯한 현재성을 느끼게 한다고 해석한다.

주 교수가 쓴 《한국의 산사 세계의 유산》은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영축산 통도사, 영주 봉황산 부석사, 보은 속리산 법주사, 안동 천등산 봉정사, 공주 태화산 마곡사, 순천 조계산 선암사, 해남 두륜산 대흥사 등 7개 사찰과 그 전에 등재된 합천 가야산 해인사, 불국사와 석굴암 순례기다. 저자는 이들 사찰 구석구석을 살피며 ‘산사(山寺)’의 특별한 의미를 발견한다.

부석사 무량수전의 웅장한 불상은 여느 법당처럼 건물 정면인 남쪽이 아니라 건물의 긴 축 방향인 서쪽에 앉아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채 지신(地神)을 불러내기 위해 오른손을 무릎에 얹어 땅을 가리키는 항마촉지인 자세를 한 걸 보면 석가모니불이다. 그런데 무량수전은 아미타불을 모신 전각이다. 석가모니를 본존불로 모시면서도 서방정토의 아미타불을 형상화하기 위해 불상이 동쪽으로 돌아앉아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에 따르면 부석사는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인도 보드가야를 그대로 옮겨왔고, 법주사는 미륵이 내려오시는 곳, 봉정사는 살아 있는 건축박물관이다. 마곡사는 법화·화엄과 선이 만나는 사찰이며, 선암사에선 선종과 교종을 함께 만나게 된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오심 스님은 추천사에서 “저자가 수없이 사찰을 답사하고 스님들을 만난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이 책에 담겨 있다”며 “한국의 산사가 지닌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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