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먹는거 줄여라"…식생활 통제하는 中, 왜? [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입력 2020-08-15 07:00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음식 낭비를 막아야 한다."
시진핑 "잔반 줄여라" 한마디에…입법 절차 착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이같은 말을 했다고 중국 관영 인민망이 지난 11일 보도했습니다. 시 주석은 "사회적으로 음식 낭비 현상은 충격적이고 마음이 아프다"라면서 국가 차원에서 잔반을 남기지 말 것을 강조했습니다. 또 잔반을 없애기 위한 규제 강화를 지시했습니다.

이튿날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음식물 낭비를 단호히 막아야 한다'라는 제목의 평론을 신문에 실었습니다. 이 신문은 "일부 지방에서는 음식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강력한 조치를 통해 전 사회적으로 음식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사는 음식 낭비에 대한 법규가 '식량안전보장법'을 비롯한 기타 관련법 개정안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중국이 '작심'하고 잔반 줄이기에 나선 이유가 뭘까요.


중국 사람들은 그 어느 나라보다 더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民以食爲天)'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식(食)생활과 관련된 문제는 그 당시 백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손님을 식사에 초대할 때는 항상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하는 게 미덕으로 여겨졌습니다. 손님 역시 차려진 음식을 다 비우지 않는 게 식탁 예절을 지키는 일이였죠.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낭비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시 주석의 지침은 아주 이례적인 일입니다.
'잔반 금지' 캠페인 확산
시 주석의 지침이 보도된 이후 중국 각 지역에서는 '광판운동(光盤行動)'이라는 이름의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광판은 접시를 깨끗이 비운다는 의미입니다. 2013년 일부 지역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벌였던 캠페인인데, 이번 시 주석의 언급으로 더욱 불이 붙었습니다.


중국 외식업계는 음식 절약을 취지로 'N-1 운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식당에 방문한 손님이 3명이면, 음식을 2인분만 시키자는 것이 이 운동입니다. 광판운동과 N-1 운동 포스터는 중국 전역에 있는 음식점 여러곳에 등장했습니다.

정부가 강력하게 잔반 줄이기 운동에 나서자 학생과 시민들도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은 캠페인 포스터를 직접 꾸미고 있습니다. 학교를 비롯해 지방 병원, 정부 기관 등 관계자들은 "음식 낭비를 없애고 근면·절약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밝히며 동참하는 움직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방송계는 특별 프로그램까지 편성하며 이른바 '먹방(먹는 방송)' 출연자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중국 중앙CCTV는 '먹방'의 음식 낭비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며 "먹방은 한국에서 유래된 외래 문화로 과식은 음식을 낭비하는 것이며 좋은 식습관이 아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관련 주제를 담은 게시물은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서 8억4000만건의 조회수를 올릴 정도로 화제가 됐습니다.

틱톡(중국명 도우인·?音), 콰이소우(快手) 등 중국 현지 유명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서는 '먹방', '대위왕(大胃王·대식가)' 등을 검색하면 "식사 예절을 지키자, 식량을 아끼자, 식량 낭비 금지"라는 문구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많이 먹는 영상이 등장하면 동영상 삭제, 계정 폐쇄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CCTV는 전했습니다.
홍수로 식탁 물가 '비상'…민심 재우기 차원?
시 주석의 잔반 감축 강조 발언은 최근 두 달 가까이 중국 전역을 강타한 폭우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해로 중국인들의 주식인 곡물과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해 식탁물가가 치솟자 터져나오는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지난 6월부터 중국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집중 폭우가 발생해 농경지 침수 면적이 남한의 절반 이상을 넘었습니다. 저우쉐원(周學文) 중국 국가응급관리부 부부장은 지난 13일 "올해 남부 창장(長江·양쯔강)과 화이허(淮河) 유역의 장마철 강수량이 759.2mm로 장마가 62일간 이어지는 등 1961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며 "홍수로 603만2600헥타르 규모의 농지가 피해를 입고 114만800헥타르의 농지에서는 수확물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대홍수가 발생하자 사료용 옥수수와 돼지고기 값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중국 매체 신랑재경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중국 옥수수 선물 가격은 톤(t)당 2366위안(약 40만4000원)으로 전년 대비 20% 폭등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중국 사료 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비싼 옥수수 가격을 본 적이 없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옥수수 가격이 t당 2700위안(약 46만1300원) 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돼지고기 가격도 고공행진입니다. 중국 매체 봉황망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돼지고기 도매 가격은 킬로그램(kg) 당 48위안(약 8200원)으로 지난 5월 38.5 위안(약 6600원)보다 24.6 %나 올랐습니다.

이 매체는 "지난달 일부 지역에서 홍수가 발생해 생돈 사육과 운송에 큰 차질이 생겼다"면서 "수급 부족으로 돼지 고기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외에도 전국 30종 야채의 평균 도매 가격도 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심해지고 있는 미중 갈등도 잔반 줄이기 운동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올 들어 미중은 홍콩 국가보안법, 화웨이와 틱톡, 영사관 폐쇄 등을 둘러싸고 갈등 중입니다. 이 같은 다툼이 격화되면서 최근 중국은 미국산 콩(대두)·목화·돼지고기 등 농축산물 수입을 줄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이 사들인 대두 수입 규모는 미중 1단계 무역합의 규모의 20% 수준에 그쳤습니다.

대외적으로 미중 갈등, 대내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홍수 사태로 식량 안보에 대한 위기 의식에 높아지면서 잔반 줄이기 운동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지난달 22~24일 시 주석은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을 72시간 내에 폐쇄하라는 통보로 미중 갈등이 고조된 시점에 중국 곡창지대로 꼽히는 동북부 지린성 옥수수밭을 방문했습니다. 대홍수로 아비규환 상태인 남부지역 대신 북쪽으로 간 것입니다. 미중 갈등, 대홍수, 코로나19 등 국난 앞에 시민들의 가장 기본적인 '식량안보' 문제까지 겹치면 지도자로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자 '옥수수밭'으로 달려간 것으로 풀이됩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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