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5.4조원 쏟아부었는데…기업당 고용증가 1명도 안돼

입력 2020-08-14 17:18   수정 2020-08-15 00:26


정부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덜기 위해 3년간(2017~2019년) 5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일자리 증가 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통합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2019년 정부 결산안의 ‘송곳 심사’를 예고하고 있다.

14일 통합당이 발표한 ‘2019년 결산 100대 문제사업 심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노동연구원 연구 결과 일자리안정자금의 일자리 증가 효과는 기업당 0.036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자리안정자금을 받지 않은 기업의 일자리 증가분을 0명으로 가정해 비교했을 때 자금을 받은 기업의 일자리가 0.036명 늘었다는 뜻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사업장을 돕기 위해 근로자 한 명에 월 13만~15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일자리안정자금사업엔 2018년 2조5000억원, 지난해 2조9000억원이 투입됐다.

추경호 통합당 의원은 “비용 대비 효과가 0.1%에도 못 미치는 결과”라며 “인력을 줄인 상당수 미수급 기업의 일자리를 0으로 가정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0.036명을 실제 일자리 창출로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제대로 쓰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220개 추경사업 집행 실적을 전수 분석한 결과 환경부의 대기개선대책사업(6810억원 예산)은 불용액만 2260억원에 달하는 등 집행률이 58%에 불과했다. 건설기계 엔진 교체사업은 집행률이 34%, 저녹스 보일러 교체사업은 19.2%밖에 안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봉제로봇사업은 한 푼도 쓰지 못하고 전액 이월됐다. 이종배 통합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불법적 예산 집행 등에 대해 행정부를 상대로 징계 52건, 시정조치 32건, 제도 개선 16건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현금복지 전락한 일자리예산
청년 구직활동에 年1300억 쓰고도 취업효과조차 모르는 정부
정부가 작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예산을 대폭 확충한 고용지원사업 대부분이 별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사업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보다 단기 일자리 확대를 위한 현금성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을 하면 장려금’, ‘취업을 못 하면 구직활동비’를 주면서 고용지원사업이 현금성 복지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고용예산 늘었지만 취업률 효과는 의문
14일 미래통합당이 발표한 ‘2019 회계연도 결산 100대 문제사업 심사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일자리 관련사업이 취업률 등의 지표에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예산이 2015년 4조원에서 올해 13조원으로 급증한 고용노동부의 구직급여(실업급여)제도는 본래의 목적인 재취업률 상승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취업률은 2015년 31.9%에서 지난해 25.8%로 매년 하향 추세를 보였다. 대신 구직급여를 반복해서 받는 사람은 꾸준히 늘었다. 구직급여를 3년 동안 3~5회 반복 수급한 인원은 2010년 2만4156명에서 지난해 3만6315명으로 50% 넘게 급증했다.

최저임금보다 실업급여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구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느니 구직급여나 받자’는 생각이 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업인정 방식이 너무 폭넓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2월 ‘실업 인정 업무 개정지침’을 통해 의무적으로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 횟수를 줄여주고 어학학원 수강, 자원봉사활동도 재취업활동으로 인정하는 등 실업상태 인정 기준을 완화했다. 이종배 통합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횟수 제한 없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재취업활동을 폭넓게 인정해주면 재취업보다는 구직급여에 의존할 수 있다”며 “이 같은 문제 제기에도 정부는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청년 실업을 잡겠다며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하고 신규로 시행한 청년구직활동 지원금의 경우, 성과를 파악할 취업률 상승 효과조차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구직활동 지원금 사업은 미취업 청년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 동안 기본수당을 지급하고, 6개월이 지나기 전 취업에 성공하는 경우 50만원을 주는 등의 프로그램이다. 2019년 한 해 동안 1300억원가량을 썼지만 고용부는 수급자의 취업 여부를 전혀 분석하지 않고 있다. 고용부가 이 사업의 사업효과 측정을 위해 분석하는 항목은 ‘청년 구직촉진수당 수급자 수’ 한 가지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애초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을 우려해 조사를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발표한 ‘청년구직활동 지원금 사업성과 평가 및 모니터링 연구’ 보고서는 “지원금으로 인해 미취업자 비율의 추세가 다른 연도에 비해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며 사실상 청년구직활동 지원금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약하다고 발표했다.
‘일자리 통계 왜곡용’ ‘부정 수급’ 논란만
노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추진한 고용부의 신중년 사회공헌활동 사업은 천문학적인 돈으로 ‘노인 알바’ 만들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500억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일자리 통계를 위한 왜곡용 일자리 사업’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경로당 안마서비스 제공, 1인 가구 안부확인, 가사정리, 아동돌봄 등 경력활용과 직결되지 않는 단순노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농업인 정착사업에선 지원카드의 현금화 등 부정사용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청년농업인 정착 지원’은 40세 미만, 영농경력 3년 이하 청년농업가를 대상으로 월 100만원씩 최대 3년까지 영농 정착에 필요한 금액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난해 200억원 가까이 쓰였다. 하지만 예산이 당초 목적과 달리 명품 구매, 수입차 구매, 유흥업소 등에 부정 사용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과의 거래를 통해 정착금(카드)을 현금화하거나, 영농을 포기했음에도 이후 지원금을 5개월 동안이나 사용할 때까지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고은이/성상훈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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