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 탈주·펜스 돌파도…말달리는 도쿄 도심

입력 2020-08-15 09:32   수정 2020-08-15 09:36


"'풍덩'하는 소리가 사람치고는 크다 싶어 돌아봤더니 말이었다. 콧김을 씩씩대며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도쿄 시나가와구 오이경마장 주면 운하에서 낚시를 하던 남성(76세)이 14일 아사히신문에 증언한 내용이다.

지난 6월20일 오이경마장에서는 경주마 살다나호(6세)가 아침 훈련을 마친 후 돌연 철책을 넘어 근처 운하로 뛰어들었다. 살다나호는 약 15분 동안 운하를 헤엄쳐 달아난 끝에 포획됐다.

한달 전인 5월25일에는 같은 경마장의 세인트메모리호(13세)가 철책을 넘어 달아났다. 세인트메모리호는 근처 국도를 달리던 차량과 충돌해 운전하던 남성 등 2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자신도 설 수 없을 정도로 다리를 다쳤다.

도쿄 도심에서 한 달새 두차례나 경주마가 탈출하는 유례없는 소동은 모두 경주마가 1.6m의 철책을 뛰어넘으면서 일어났다. 올림픽 마술 경기 등 국제대회에서 적용하는 최고 높이의 장애물과 같은 것이어서 경마장으로서도 경주마가 철책을 뛰어넘어 달아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마장 담당자는 "두 사고 모두 경주마가 어떤 소리에 놀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성 경마감독과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일본에서 일어난 경주마 탈주사고는 19건에 달한다. 7건의 사고가 일어난 기후현 가마마쓰경마장에서는 2013년 탈주한 경주마와 충돌한 자동차가 전복돼 운전자와 말이 모두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경주마 탈주 사고가 빈발하는데는 주변 지역의 도시화가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민속학자인 오쓰키 다카히로씨는 "경마장 주위에 주택이 들어서고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어느 틈에 말이 인간의 일상생활 한가운데에 끼어든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방경마 전국협회에 따르면 전국 19곳의 경마장 가운데 11곳이 축사와 훈련장 사이에 일반도로가 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마장의 노후화도 사고가 발생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경주마가 낡은 펜스를 들이받고 달아난 사례도 보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방 경마장의 상당수가 자금부족으로 설비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쓰카 씨는 "일상생활에서 말 같은 대형생물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경마는 번성하는 기묘한 상황"이라며 "말과 공생할 방법을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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