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적 표현보다 은근한 은유로 사회적 메시지 담아냈죠"

입력 2020-08-16 16:40   수정 2020-08-17 00:54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과 근로자 등 시대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개인들이 시집 속에서 다양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첫 시집 《킬트, 그리고 퀼트》(문학동네)로 올해 제38회 신동엽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주민현 시인(31·사진)은 지난 14일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수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주 시인은 2017년 한경 신춘문예 시 부문에서 당선돼 등단했다. 신동엽문학상은 고(故) 신동엽 시인의 문학과 문학정신을 기리고 역량 있는 문인을 지원하기 위해 1982년 신 시인의 유족과 창비가 공동 제정한 상이다. 한경 신춘문예 출신 시인이 국내 주요 문학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 시인은 “신 시인이 참여 시인으로서 당시 시대정신을 뚜렷한 언어로 담아냈듯 제 시에도 지금 이 시대에 맞는 시의성 있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판단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계간지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실린 수상 소감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무엇을 말할 수 있으며, 무엇을 말해야만 할지 전보다 더 많은 고민에 잠기게 됐다”고 밝혔다. 그가 시집을 출간한 지난 3월을 전후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n번방 사건을 비롯해 문단 내 불공정한 관행과 성폭력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불공정한 이야기가 터져 나오는 것을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겠죠. 잘못된 걸 시정하고 고쳐나가면 우리 사회가 더 좋아질 수 있으니까요. 저도 시를 쓰며 소외받는 사람들, 재난이 닥치면 가장 먼저 고통받고 피해받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제 방식대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올해 신동엽문학상 심사를 맡았던 손택수 시인은 “주 시인의 시들은 사회의 메시지를 표나게 따라 하지 않고도 언어 스스로 사회성을 발산한다”며 “우리 시로서는 매우 드문 가능성을 엿봤다”고 평가했다. “제 시 속 사회성, 그중에서도 페미니즘에 대한 표현 방식은 좀 다르죠. 다른 시인들이 페미니즘을 다소 직설적이면서도 솔직한 언어로 표현한다면 전 은근하고 은유적인 게 많아요. ‘킬트’라는 남자 치마처럼 단어 그 자체로 뭔가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려고 합니다. 제 시가 어떤 밑바닥까지 강하게 보여주진 않지만 제 나름대로의 문법으로 이야기하는 것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 시인의 시 속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김행숙 시인이 제 시엔 거리와 골목, 광장이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화자 역시 적극적 관찰자이자 세계를 퀼트처럼 엮는 조용한 편집자라고도 했죠. 이처럼 저는 개인 내면의 이야기보다 사회와 타인을 바라보는 화자, 누구든 들어와 모이고 또 떠날 수 있는 광장 같은 열린 공간을 좋아합니다.”

수상 시집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 의식을 담은 시로 주 시인은 표제작 ‘킬트, 그리고 퀼트’를 꼽았다. “제 시는 섣불리 확정하거나 이분법적으로 좋고 나쁜 것, 여성과 남성을 가르지 않아요. 한기욱 문학평론가의 심사평대로 저는 젠더, 계급, 지역 등의 경계로 찢긴 사람들이 가진 색깔과 정체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그걸 기우고 엮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주 시인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시를 쓴다고 했다. “타인과 사회, 그리고 나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싶어 시를 씁니다. 시 쓰기를 통해 몰랐던 걸 알게 되고, 앞으로 나아가게 되더라고요.”

글=은정진/ 사진=김영우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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