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서 푸른 파도 넘실대는 해변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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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8-16 16:46   수정 2020-08-18 17:59

전시장에서 푸른 파도 넘실대는 해변을 거닐다


어둑한 전시장 바닥의 벽에서 파도가 밀려온다. 물이 발을 적실라 움찔할 정도로 생생하다. 가로 13m, 높이 6m의 검은 벽에는 푸른 파도가 넘실댄다. 사람 키 높이에서 일렁대던 물결이 일순 천장 높이까지 치솟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쏴아~ 쏴아~’ 하는 파도 소리까지 들리니 진짜로 바닷가에 온 듯하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K3(3관)에서 전시 중인 에이스트릭트의 대형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 ‘Starry Beach(별이 빛나는 해변)’다.

파도는 벽을 타고 솟았다가 잦아들기를 반복한다. 바닥에서도 파도가 다가왔다 물러갔다 한다. 3분 길이의 디지털 영상이 반복되지만 되풀이된다는 걸 거의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거대한 블랙박스로 변신한 K3 공간을 가득 채운 파도는 밤하늘의 별처럼 빛을 발하며 초현실적 풍경을 연출한다.

디지털 영상이 투사되는 벽과 바닥, 천장을 뺀 전시장의 나머지 3개 벽에는 거울을 설치해 공간이 더욱 넓고 장대해 보인다. 전시장에 가만히 서서, 혹은 앉아서 파도의 끝없는 변주를 감상하노라면 금세 어느 바닷가에 피서를 온 느낌이다.

에이스트릭트는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감각적인 융복합 콘텐츠를 기획, 제작해온 아트테크 기업 디스트릭트(D’strict)의 크리에이터들로 구성된 미디어아트 창작그룹. 디스트릭트는 지난 5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광장의 대형 LED(발광다이오드) 스크린에서 요동쳤던 파도 영상 ‘웨이브(Wave)’로 주목받았다. 이에 힘입어 본격적인 미디어 아트 창작을 위해 에이스트릭트를 결성하고 첫 작품을 선보인 것이다.

상업 디자인에 쓰는 디지털 기술로 순수 예술작품을 자유롭게 창작하기 위해 미디어 아트 브랜드를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디자인은 스스로 갈고 닦으며 엄격하게 한다(design+strictly)’는 디스트릭트의 철학을 바탕으로 ‘예술 영역에 집중한다(art+strictly)’는 뜻을 에이스트릭트에 담았다.

에이스트릭트는 프로젝트에 따라 구성원이 달라지는 ‘열린 그룹’이다. 디스트릭트 소속의 크리에이터 70여 명과 이 회사를 거쳐간 크리에이터들까지 망라해 프로젝트별로 작업에 참여한다. 작가의 주관적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대중에게 공감을 받으며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할 계획이다.

다음달 27일까지 전시되는 이번 작품은 8~9명이 참여해 약 4개월 동안 만들었다. 파도치는 모습은 물의 특성을 반영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디지털 영상을 구현했다. 파도 소리는 직접 바다에서 녹음한 것을 파도의 리듬에 따라 편집했다. 3분 길이의 영상이 반복되는데도 이를 눈치채기 어려운 것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파도의 패턴을 다양하게 변주하기 때문이다.

에이스트릭트는 ‘웨이브’에 이어 이번에도 물의 속성과 음향을 재료로 삼아서 작업했다. 이들은 복잡한 도시, 코로나 블루로 우울한 사람들에게 바다에 직접 가지 않고도 파도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에이스트릭트는 기술과 예술을 융복합해 상업과 예술을 넘나들 방침이다. 기존의 상업적 프로젝트를 수행할 땐 디스트릭트로, 상업적 활동의 각종 제약 사항에 얽매이지 않는 예술활동은 에이스트릭트의 이름으로 전개한다. 다음달 25일에는 제주 애월읍에 ‘영원한 자연’을 주제로 감각적인 미디어 아트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국내 최대 몰입형 아트 전시장 ‘아르테 뮤지엄(Arte Museum)’을 개관한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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