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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담보대출보다 신용대출?

입력 2020-08-17 17:26   수정 2020-08-18 00:25

“비 오는데 우산 뺏으면 어떻게 하나.” 은행 이용자, 즉 금융 소비자들의 단선적 금융관(觀) 가운데 하나다. 불경기에 접어들거나, 특정 산업이 불황에 빠지거나, 특정 사업자가 경영난을 겪을 때 대출금 관리에 나선 은행에 이런 도덕(?) 잣대를 들이대는 비판자가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럴 때 “당신 예금을 돌려받지 못해도 상관 없나”라고 물으면 대부분 펄쩍 뛴다. “그게 어떤 돈인데!”

은행 대출금은 고객 예금이다. 제한적 예금보험은 은행업 유지를 위한 신용보완 제도일 뿐이다. 은행업의 기본은 여유자금을 위탁받아 수요자에게 빌려주고 예대마진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은행의 본질은 ‘리스크 관리’다. 쉽게 말해 ‘어떻게 하면 돈을 떼이지 않을까’다. 비 오는데 우산을 전혀 회수하지 않는 은행이라면 믿고 돈을 맡길 수 있을까.

은행이 비판을 받으면서도 담보대출, 특히 부동산대출에 기대는 사정도 실은 단순하다. 기술담보도 있지만 무형의 기술 가치를 누가, 어떻게 평가할지부터 난제다. 그런 대출에서 담당자와 기술담보 제공자 사이를 ‘순수한 관계’로 인정할 것이며, 대출이 부실해져도(떼여도) 대출집행자는 면책될까. 취지가 좋다고 결과까지 좋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래서 신용대출이 있고, 신용평가에 따른 대출이 선진금융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신용평가가 쉽지는 않다. 대출금이 일정 규모로 커지기 어렵고, 장기 대출도 힘들다. 가야 할 길이지만, 개인 간 격차나 직업·직장에 따른 차별 논란 등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최근 용하게도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5대 은행’ 신용대출이 매달 조(兆) 단위로 늘어 사상 최대인 121조원을 넘어섰다. 그런데 증가 배경이 영 씁쓸하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담보대출을 극도로 눌러놔 궁여지책으로 벌어지는 현상 같다.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보다 더 낮다는 것도 놀랍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출 경쟁에 뛰어든 데다 양쪽의 기준금리가 다른 게 큰 요인이다. 신용대출은 단기 시중금리가 적용되고, 주택담보대출은 대개 5년 단위 중장기로 운용된다.

신용대출 증가에 정부가 또 투박한 쇠몽둥이를 들고 나설지 겁난다. 치솟는 전세금 마련에 고민하는 세입자는 못 본 채, 신용대출까지 주택 구입자금으로 쓰일까봐 막겠다는 ‘외눈박이 감독당국’은 곤란하다. 정부도 예상 못 한 장기 초저금리 시대다. 선무당 같은 어설픈 개입은 은행돈이 꼭 필요한 소비자를 어렵게 하면서 이자부담만 키울 수 있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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