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텔의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공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에 이 회사 주가는 20% 떨어졌다. 나노 단위 미세화 경쟁이 반도체업계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나노시대의 ‘눈’ 역할을 하는 발명품이 있다. 광학현미경과 전자현미경의 뒤를 이어 탄생한 원자현미경이다. 세계 최초 원자현미경은 1980년대 캘빈 퀘이트 미국 스탠퍼드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실에서 개발했다. 이때 개발에 참여한 사람이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대표(사진)다. 그를 만나 향후 비전을 들어봤다. “매출 1조원대 회사를 만들겠다”고 했다.2015년 12월 공모가 9000원이던 회사 주가는 현재 5만원대 중반이다. 기관투자가들은 지난 7월 1일부터 8월 14일까지 2거래일을 제외하고 매일 이 회사 주식을 순매수했다. 박 대표는 “원자현미경은 KLA, 히타치하이텍 등 글로벌 계측장비 회사가 점유하고 있는 전자현미경 시장을 대체해 나갈 전망”이라며 “매출 1조원 클럽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2015년 도약의 기회가 찾아왔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연구소인 벨기에 IMEC에서 차세대 계측 장비 제조사로 글로벌 기업인 브루커를 제치고 파크시스템스를 선정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을 알린 계기였다. 박 대표는 “원자현미경은 반도체 엔지니어들에게 ‘없던 눈’을 만들어주었다”고 말했다.
파크시스템스는 세계 최초로 자동 결함 검사 기능을 갖춘 웨이퍼 제조용 원자현미경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10시간 걸리던 일을 1시간 만에 끝낼 수 있게 됐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높이 쌓아 올린 반도체의 3차원(3D) 형상도 원자현미경으로 계측할 수 있게 됐다. 박 대표는 “이전에는 나노 세계에서 눈을 감고 건물을 지었다면, 지금은 건물의 높이와 폭, 각도는 물론 표면이 매끈한지까지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며 “‘있으면 좋은 장비’에서 ‘없으면 안 될 장비’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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