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코노미TV] 금 투자 싫다던 버핏이 달라진 이유

입력 2020-08-22 07:00   수정 2020-10-06 10:11



워런 버핏의 포트폴리오는 항상 관심의 대상입니다. 특히 버핏이 특정 종목이나 자산에 대한 태도를 바꿀 때는 더 큰 관심을 받습니다. 최근엔 금 투자에 대한 태도를 바꿔 금 채굴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오늘은 버핏의 금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봅니다.
버핏, 기술주에 대한 시각을 바꾸다 - 2016년 애플 투자
버핏이 특정 자산이나 주식에 대한 태도를 바꾼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6년에 애플에 투자했을 때가 대표적입니다. 원래 버핏은 원래 기술주는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때문에 투자에 소극적이었습니다. 2012년 버핏의 투자회사인 벅셔해서웨이 연례주주총회때는 구글과 애플에 대해 “벅셔해서웨이가 투자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구글과 애플이 5년, 혹은 10년 후에도 지금 같은 수익 창출능력을 유지할지, IT업계의 확고부동한 승자가 될지 지금으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고 내놓고 말했을 정도였습니다. 이미 탄탄한 실적을 보여주는 회사들이 많은데 굳이 5년이나 10년 뒤 실적을 예상하기 어려운 기업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였죠.

하지만 2016년부터 벅셔해서웨이는 애플에 투자하기 시작합니다. 벅셔해서웨이 투자팀에서 일하는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토드 콤스와 테드 웨실러의 판단이었다고 알려져있는데요. 이 때 부터 정작 버핏은 잘 모르겠다고 했던 애플에 벅셔해서웨이가 투자하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당시 버핏의 포트폴리오 변화는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애플이 막대한 시장 지배력을 드러내면서 애플에 투자한 벅셔해서웨이의 선택은 옳았다는 것이 증명이 됐고, 버핏은 애플에 투자한 뒤 2년 지난 2018년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선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구글’을 써볼 것을 권했을 때 흘려들었는데, 그때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면서 기술주에 대한 과거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지나 꾸준히 애플 주식을 사들인 벅셔해서웨이는 애플의 2대주주까지 오른 상태입니다. 벅셔해서웨이의 포트폴리오 절반정도는 애플이 차지하고 있죠. 주식 자체도 처음 매수했을 때 보다 늘렸겠지만 2016년 이후 주가 상승분이 포트폴리오 비중이 늘어나는 데 엄청난 기여를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금 투자는 어리석은 짓이라던 버핏
그런데 며칠 전 비슷한 일이 한 번 더 일어났습니다. 바로 금에 대한 워런 버핏의 태도가 바뀐겁니다. 버핏은 원래 금 투자에 대해서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해왔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 가격은 꾸준히 올라 상승세가 2012년 초까지 이어졌습니다.




2012년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장에서 "최근 벅셔해서웨이 주가보다 금 수익률이 더 좋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러니까 버핏이 대답합니다. “사업을 시작할 때 벅셔해서웨이 주가는 15달러였고 금은 온스당 20달러였는데 지금 금값은 1600달러고 벅셔 주가는 12만달러다” 라고요. 그러니까 장기적으로는 주식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것이 첫번째 버핏의 반격이었습니다.
버핏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금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이성적이기보다 감정적”이라고까지 말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금은 그 자체로 가치를 창출해내지 않는다는 이유때문입니다. 버핏이 금에 대해 한 말 중에 유명한 발언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냥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 금을 캐내서 그걸 녹인 다음에 다시 굳힌다. 그리고 또 다른 구멍을 파서 거기에다가 그냥 놔둔다. 그리고 심지어 돈주고 사람을 고용해서 그걸 지켜달라고 한다. 외계인이 볼 때 얼마나 한심하겠냐. 한 마디로 금 자체는 열심히 뭔가를 생산해내고 발전하는 기업과 달리 그 자체로 가치를 창출해내지 않는데 어떻게 투자대상으로 삼겠냐는 겁니다.
그랬던 버핏이 달라졌습니다. 미국에서는 자산 1억달러 이상을 운용하고있다면 보유 종목을 매 분기말 45일 이내에 공개해야 한다고 하네요. 당연히 벅셔해서웨이도 여기에 해당이 됩니다. 그래서 지난 14일에 벅셔해서웨이의 올해 2분기 포트폴리오를 공개했는데 여기에 세계 2위 금 채굴기업인 배릭골드가 들어있었던겁니다. 배릭골드 지분 1.2%를 매입했다고 하고 한화로 치면 투자금은 6700억원정도 됩니다. 벅셔해서웨이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 규모가 2070억달러. 한국돈으로 245조원정도 되니까 아주 소액을 투자하긴 했지만요. 100만원 가진 사람이라고 치면 한 2700원정도 투자한 셈이네요.


버핏 기준으로 6700억원 밖에 안되는(!) 소액이고 금이 아닌 금광업체 투자이기는 하지만 투자자들은 엄청난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동안 대표적인 금 회의론자였던 버핏마저 금 채굴기업에 투자했다니 금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기 때문입니다. 금 채굴기업은 보통 금 값이 오를 때 수익성이 좋아집니다. 생산 비용은 과거와 비슷한데 금 값이 오르면 마진도 늘기 때문입니다. 실제 버핏이 배릭골드에 투자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배릭골드 주가는 다음날 11.6%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버핏이 금 채굴기업에 투자한 이유
그렇다면 버핏은 왜 금이 아니라 금 채굴기업에 투자했을까. 버핏이 배릭골드 투자 이유에 대해서 직접 밝힌적이 없고 또 금 채굴기업 투자는 그간 버핏이 공언해온 투자 스타일과는 다르기 때문에 매입 이유는 추정에 불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선 "그동안 버핏이 내놓고 금을 싫어했는데 금 채굴기업에 투자했다는 건 석연치 않다"며 "앞서 애플 투자를 주도했던 토드 콤스나 테드 웨실러의 작품일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버핏이 왜 금을 샀을까에 대한 답은 추정에 불과합니다.

첫번째로 금이라는 안전자산에 투자했다는 것은 거시경제나 주식시장의 미래를 밝게만 보지는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알려진대로 버핏은 코로나 국면에서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쥐고만 있는 상황입니다. 또 알려진 기존 벅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와 비교했을 때 이번 포트폴리오에 새로 편입된 종목은 배릭골드가 유일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금과 달리 금 채굴기업은 밸류에이션, 즉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는 점도 버핏에겐 매력적이었을 겁니다. 버핏의 표현을 빌리자면 금은 '애완용 돌덩이'입니다. 현재 가격이 싼지 비싼지를 절대적으로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금 채굴 기업은 이익 전망치가 나오기 때문에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가치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버핏이 투자한 배릭골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수준입니다.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는 건 과거보다 싼 지 비싼 지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기도 하니 매도 시점을 잡는데도 유리하겠죠.

또 금에 투자할 때와 달리 금 채굴기업에 투자하면 금 가격 상승과 생산량 증가로 인한 수익을 둘 다 잡을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채굴 비용은 동일한데 금 값이 오르면 채굴기업 입장에선 수익성이 개선될겁니다. 또 금값이 올랐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뜻이니까 채굴량을 늘려 추가로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최근 수익률에서도 금보다 금 채굴기업이 소폭 앞섭니다. 금 채굴기업을 모은 ETF는 GDX가 대표적입니다. 이 ETF는 글로벌 금 채굴기업 54개를 담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상위 종목을 보시면 글로벌 금 채굴기업 1위인 뉴몬트를 12%, 버핏이 담은 배릭골드도 비슷하게 들고 있습니다. 올들어 GDX는 38%가량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금 가격은 30% 올랐습니다.

GDX는 금 채굴기업 ETF가운데 규모가 가장 큽니다. 운용규모가 170억달러. 한국돈으로 20조원 수준입니다. 반에크라는 운용사가 2016년에 만들었습니다. 수수료는 연 0.52%입니다.

버핏의 금 투자가 성공할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또 버핏의 이번 투자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엔 투자금액이 고작 6700억원밖에 안 된다는 점도 다시 한 번 고려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금 상승세에 올라타고는 싶은데, 밸류에이션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주저하셨던 분이나 금 가격 상승세도 잡고, 채굴량 증가에 따른 이익까지 노려보고 싶다는 분이라면 버핏의 투자에서 힌트를 얻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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